[https://youtu.be/ASeehGBzchs]
※이 내용은 6월27일(목)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김경림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정부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가운데, 최근 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는 상법에 규정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함으로써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더욱 고려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요. 재계는 회사 이익이 곧 주주 이익이며 이러한 문구가 오히려 신속한 경영 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관련해서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자막. 경제단체 8곳, 상법 개정안에 반대 서한…"경영 활동 위축"
[이민재 앵커] 상법 개정안 논란. 무엇이 논란이 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경림 기자]
상법 382조 3항은 기업의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정부의 상법 개정 계획안은 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와 비슷한 취지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고요.
정부와 국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거세게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국회와 정부 측에 공동 건의서를 송부했는데요.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자면, '이사는 이미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주주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추가로 더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회사가 잘되어야 주주에게도 좋은 거고, 이사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거죠.
[앵커 멘트]
#자막. 이사회 경영 활동 저해…기업 경쟁력 악화 우려
재계에서 정부의 상법 개정안 계획에 반발하는 이유는 3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먼저 일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사회는 회사 성장을 위해 구조조정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이를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라고 몰아가기 쉽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민사책임을 과도하게 물을 수 있어, 이사의 혁신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내부거래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현재도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공시하게 되어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항시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요.
재계에서는 정당한 계열사간 거래에도, 회사 재산을 지배주주에게 이전해 주주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재무 정책에서 특히 이런 견해 차이가 두드러질 수 있는데요. 예컨대 배당 정책이나 자사주 취득 후 소각하지 않는 경우, 또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에도 '지배 주주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자막. 행동주의 펀드 공격 위험 증대…경영권 위협 가능
일단 이런 전제를 두고,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기업을 공격할 근거가 강해진다는 게 두 번째 이유입니다.
아시다시피 지난해에도 삼성물산에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행동이 재차 있었고,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점점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들의 주주권 행사 때문에 기업의 경영권이 위태해질 수 있다는 건데요.
재계가 공동 건의문에서 인용한 데이터를 보면, 행동주의 펀드 타깃 중 한국 기업의 추이는 2020년에 10개에서 2022년에 49개로 5배 급증했다고 합니다.
#자막.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종업원·채권자도 보호 대상
마지막으로 이사의 책임 대상이 비단 주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학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 투자 인구는 1천40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각자 주식을 보유하는 목적도 다르겠죠. 이 때문에 '모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업 측의 입장입니다.
아울러 종업원과 채권자도 이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 대상이라는 게 기업 측의 입장입니다. 즉, 주주 이익을 강조함에 따라 경영 활동에 차질이 생긴다면 회사에 속한 직원 및 채권자들은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앵커 멘트] 그런데 이런 재계의 논리. 어느 정도 말이 되는 겁니까?
#자막.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가스라이팅 볼썽사납다" 질타
경제 단체의 대척점에 있는 조직이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상법 개정안을 두고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자본시장 정상화와 선진화의 기초 중 기초"라고 정리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의 논평을 통해 "한경협 등의 의견이 명확한 사실과 법리를 왜곡하고 호도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평균 30%를 넘는 상장회사들이 다시 '가스라이팅'에 몰두하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는데요. 한마디로, 지배주주가 대다수의 지분을 쥐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지배 구조상 '회사 이익=주주이익'이라는 말조차 사실은 지배주주 이익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란 얘기입니다.
[앵커 멘트] 그럼 정부에서 이런 상법개정안을 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막. 상법 개정안 필요성 대두 배경…삼성그룹의 승계 역사
상법개정안 대두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사건이 바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태입니다.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이재용 현 삼성전자 회장에게 승계하기 위해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한 뒤 인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는데요. 이후 기존 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에는 실권(인수 포기)을 지시했죠.
당시 검찰은 법학교수 43명의 고발을 무시하다가,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이후 지각 수사 끝에 이 전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기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9년 5월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을 별개로 구분하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의 이익'으로 한정하면서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이재용 회장에게 이전하는 것은 기존 주주(삼성 계열사들)의 이익을 침해하지만, 에버랜드의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자막. 삼성물산-제일모직 사례…주주 손해에도 손배소는 진척 없어
이후에도 주주의 이익이 침해됐지만 회사의 큰 영향이 없다면 이사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은 생겨났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입니다. 합병비율이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정해져, 제일모직 주식을 많이 보유한 총수 일가는 이익을 얻었다고 하나, 삼성물산의 일반주주는 큰 손해를 봤습니다.
당시 일성신약 등 삼성물산 주주들이 주주 이익이 침해됐다며 합병 취소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바 있고요. 2020년에는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이재용 회장 등 총수 일가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즉, 재계측의 논리인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의 구분이 없다는 주장이 반증되는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죠.
[앵커멘트] 양측간 갈등이 치열한데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법들이 있을까요.
#자막. 경영권 방어 법제 도입 필요…포이즌필·차등의결권
먼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적 제도 마련입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인데요.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이 발생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즉, 기존 기업의 편을 더 많이 만들어서 공격을 막자는 얘기죠.
두번째는 차등의결권입니다. 이는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주식의 종류에 따라 의결권의 수가 다르게 부여되는 제도로, 주로 창업자나 경영자가 보유한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을 보호합니다.
[앵커멘트] 좀더 본질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 최근 거론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배구조 개선 등의 바탕에는 지배주주, 이른바 총수 일가와 일반 주주 간의 입장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만. 반복적으로 지배주주를 위한 각종 편법 등의 이슈가 생기는 이유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막. 근본적 문제는 상속·증여세…세제 개편 시급
일각에서는 코리아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주는 세목중 가장 강력한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라고 꼬집기도 합니다.
일단 세율이 높죠. 최대주주 주식 할증을 평가하면 약 60%에 이르는데요. 고세율, 최대주주할증, 기업승계제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가업상속공제의 불합리한 요인 등으로 기업승계의 불확실성이 상존해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입니다.
이에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장하고 상속재산 처분 시까지 과세 이연, 연부연납기간 연장 등 납부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연합인포맥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klkim@yna.co.kr
김경림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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