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출장 중…경영전략회의는 '화상' 참석
빅테크와 협업 기회 모색…AI·반도체 '사업 확장' 목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개인 SNS에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악수하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지난 1월 올트먼 CEO 방한 당시 서울에서 만나 협력을 논의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이번에는 장소가 바뀌었다. 두 사람이 재회한 곳은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다. 지난 22일 이곳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 최 회장은 일주일째 현지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시장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엿보기 위해 출장 가방을 쌌다. 최 회장 SNS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찍은 사진도 올라왔다.
[출처: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다만 의아함이 드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시점'이다. SK그룹은 28일부터 이틀간 국내에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주요 계열사 CEO 수십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례행사로, 당연히 날짜도 일찌감치 잡혔다.
특히 올해 회의는 빨간불이 들어온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리밸런싱) 하는 안건이 테이블에 오르는 등 무게감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그룹 수장이 해외에 나갔다. 최 회장은 왜 지금 미국 출장을 떠나야 했을까.
◇SK 최고경영진, AI·반도체 투자금 확보 방안 논의
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부터 29일까지 양일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4년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미래 성장사업 투자 및 질적 성장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이를 위해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 30여명이 이천에 모인다. 이들은 1박2일 동안 SK그룹 리밸런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 출장 중인 최 회장은 화상 방식으로 회의에 참여한다.
기본적으로 경영전략회의는 최 회장이나 최창원 의장 등 특정인이 주재한다기보단 주요 경영진이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의견을 주고 받는 성격이 강하다. 최 회장이 오프라인으로 참석하지 않아도 회의 진행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의미다. 전체 회의도 있지만 그룹을 나눠 소규모 토론을 실시하기도 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에 CEO들이 머리를 맞댈 대주제는 AI와 반도체로 대표되는 미래 성장사업에 투입할 '자금 확보' 방안이다. '어떻게' 투자 여력을 확보할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도출하는 게 목표다.
이는 SK그룹이 계속 가져갈 사업으로 'AI'와 '반도체'를 낙점한 걸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각종 시나리오 역시 궁극적인 목적은 AI·반도체 사업에 넣을 투자금 확충이라는 얘기다.
SK그룹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향후 2~3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생태계와 관련된 사업에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CEO들은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진행 중인 운영 개선 강화 방안과 포트폴리오 재조정 계획을 심도 있게 협의한다. 각 계열사는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영전략, 즉 '운영 개선'을 연초부터 실천해오고 있다.
또한 배터리와 바이오 등 '다가올 미래'의 성장 유망 사업이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올트먼·나델라 미팅…빅테크 CEO와 '협업 기회' 모색
경영전략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최 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소화하고 있는 일정과도 맞닿아있다. 'AI'와 '반도체'를 SK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단 동일한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CEO들이 두 사업을 위한 '투자금 마련' 방안을 고민한다면, 최 회장은 빅테크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리더십을 바탕으로 SK 기술력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으로, 오너경영인인 최 회장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최 회장의 출장 일정이 미국 서부, 그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지역을 중심으로 짜인 건 SK그룹의 'AI 생태계' 확장을 목표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현지 빅테크에 방문, 주요 CEO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SK그룹은 하이닉스와 텔레콤을 중심으로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전 영역에 걸친 AI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과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AI Infra 담당) 등 AI·반도체 관련 경영진이 동행한 것 역시 보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출장이 'AI·반도체 출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실제로 최 회장은 올트먼 CEO를 만난 자리에서 양사 협력 방안은 물론, 급변하는 AI 기술과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퍼스널 AI' 서비스는 물론, 향후 AI와 연관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기술에 대해서도 인사이트를 나눴다.
나델라 CEO와도 마찬가지다. SK와 MS가 추진 중인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언어모델 등 AI 관련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무엇보다 추후 정기적인 경영진 미팅을 통해 미래 AI 산업의 여러 영역에서 협업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한 것도 의의가 있다. 최 회장이 직접 나섰기에 성사가 수월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SNS에 이들과의 회동 사진을 올리며 "AI라는 거대한 흐름에 심장박동이 뛰는 이곳에 전례 없는 기회들이 눈에 보인다"고 적기도 했다. "모두에게 역사적인 시기임에 틀림없다. 지금 뛰어들거나, 영원히 도태되거나. Life goes on(삶은 계속된다)."이라고도 덧붙였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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