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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연의 프리즘] '매직 아이'와 'CSM'

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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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1990년대 유행한 입체화 그림 '매직 아이'란 게 있다. 그냥 보면 노이즈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눈의 초점을 적절하게 맞추면 보이지 않던 입체 그림이 나타난다.

그게 신기했던 아이들은 '신문물'을 받아들여야 했고, 트렌드에 맞춰 자라다 보니 아이들은 어느 순간 그걸 기계적으로 보게 됐다. 그 시대에는 어떤 분야에 통달하면 뭐든 매직 아이처럼 정답이 갈라진다고 했다. 우리는 수학능력시험도 그렇게 봤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나온 매직아이

잠잠했던 보험업계가 다시 시끄러워지는 걸 보고, 꽤 오랜만에 매직 아이를 다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매직 아이처럼 봐야 보이는 숨겨진 숫자는 뭘까.

보험사의 숫자는 어렵다. '계리'라는 전문적인 가정 뒤에 숨어버리면 그만이다. 지난해에는 새 회계제도와 함께 각자 만든 고무줄 수치가 문제였고, 그로 인해 일단락된 줄 알았던 숫자놀음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감독원의 'IFRS17 가이드라인'에 맞춘 숫자는 보험사 실적에서 여러 소음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업계 '맞춤형'으로 거듭났다. 국제회계기준에서 당국식 계산법을 적용하라는 지침에 업계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찾아갔다.

'누군가에게만 유리하다'는 불만은 1분기 후 '최대 이익'이라는 모두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대부분이 상장사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문제가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잠시 나오기도 했지만 뒤로 사라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니 지금 더 모든 걸 뒤로 하게 한 건 보험계약마진(CSM)이다. CSM은 보험사의 장래 이익을 가늠하는 지표다. 문제는 모든 경영활동이 CSM 확보로 간주된다는데 있다. 상반기 보험업계 실적을 보면 "CSM만 확보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것 같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보험 계약이 갖는 미래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 자체가 어느 정도의 예상을 기반으로 한다. 미래의 매출을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현재의 회계 적용 방식에서 현재의 이익 체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또 얘기하는 건 보험업계는 이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어서다.

1분기 보험회사(생명보험사 22곳·손해보험사 31곳)의 당기순이익은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특수은행 18곳이 벌어들인 돈과 맞먹는 규모로 커졌다. 보험사 법인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고 해도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권대영 사무처장, 신뢰회복과 혁신 위한 보험개혁회의 참석

(서울=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보험개혁회의에 참석해 금융소비자학회 등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등과 보험개혁회의 운영방안과 최근 보험업권의 이슈사항, 미래대비 과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2024.5.7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이 보여준 숫자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의 이익을 당겨쓰려 한 업계의 욕심. 한바탕 소란이 있었던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 이번에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기간 각 업권별 상위 10곳 보험사들의 미래 서비스 변동에 따른 CSM 조정액이다. 조정액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새 회계제도 IFRS17은 보험부채를 계약 시점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한다.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의 경우 시가부채가 자산보다 더 많이 증가해 자본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지금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하 흐름을 피할 수 없다. 금리정책 피벗은 자명하고, 보험사들의 자본관리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진다.

IFRS17 시행으로 최저준비금 제도가 폐지된 부작용을 보완하려고 당국은 시가부채가 해약환급금과 미경과보험료를 합친 금액보다 적은 부족분을 해약준비금(법정준비금)으로 이익잉여금 계정에 적립하도록 했다. 경제적 가정(할인율)과 계리적 가정(위험률·해약률)이 바뀌면 시가 보험부채가 달라지게 된다. 계약해지 시 돌려줄 해약환급금이 부족해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준비금 항목이 이것이다.

해약준비금 신설은 경제적 가정이나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보험사의 시가부채가 해약환급금 적립액보다 적은 경우 그 차액이 회사 밖으로 유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 조치다.

보험사들은 이런 조치에도 단기납 종신보험,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이용, 아니 악용하고 있다.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가진 의미보다 좋은 수치를 만들어내는데 급급하다. 당국은 보험'혁신'이 아닌 보험'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험사 전반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정체된 듯 보였던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그럴 만도 하다. 좋은 숫자를 만들려고 했던 보험사들이 한편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금 옛날의 매직아이가 생각난다. 노이즈에 불과했던 숫자들이 언제쯤 다시 보이기 시작할까. (투자금융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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