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과 유럽의 정치판도 변화가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프랑스 조기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프랑스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국민연합이 집권 후 재정지출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오는 7일 결선투표 이후 프랑스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치 리스크는 완화될지, 시장은 불안한 시선으로 유럽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의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불안심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후보의 재집권 시나리오가 강화되면서 미국의 국채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가 지난달 28일 열린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크게 앞선 데 이어 발목을 잡던 사법 리스크에서도 벗어나면서 금융시장의 가격 변수들은 트럼프의 2기 집권을 반영해 나가는 중이다.
시장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몰고 올 인플레이션이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재정적자 확대를 유발해 금리상승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재임시 만든 TCJA(Tax Cut and Jobs Act of 2017) 법안 연장계획이 내년에 현실화하면 4조달러(한화 5천500조원) 이상의 재정적자가 추가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지출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국채 발행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의 고금리 체제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한동안 잡히는가 싶었던 물가도 걱정거리다. 트럼프가 무역 경쟁국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내세운 관세정책은 오히려 수입 물가 상승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외신들은 트럼플레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물가 상승의 고착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집단성명을 내며 트럼프의 정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콘트롤 타워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제 기능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저금리를 유지하도록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 2기 집권 때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 경우 미국의 금리인하와 달러가치 변동성이 핫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트럼프 1기 당시와 지금의 거시경제환경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 내외였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0.5~2.0% 수준이었고, 달러 가치 역시 슈퍼달러로 불리는 지금의 위상과는 달랐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재작년 9%까지 올랐다가 현재 3%대에서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한다거나 대통령과 연준 의장의 갈등이 격화된다면 물가, 환율, 금리의 변동성을 자극해 시장에 숱한 노이즈를 만들어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경우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경기하강 속에 가파른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복잡하게 흘러가는 미국발 이슈가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원화 가치와 국내 금리엔 어떤 파장이 미칠지 걱정스러운 일이 한둘이 아니다.
일각에선 2016년 대선 레이스 당시에도 트럼프발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안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트럼프 재임기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며 현재 시장의 반응은 지나친 과민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기우(杞憂)로 끝날 것인지, 아닐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 11월 5일 미국 대선 전까지 불확실성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정치의 계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편집해설위원실장)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