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건설에 석화 부진까지…끝나지 않는 하향 압력
업황 살아난 SK하이닉스…이차전지 부담은 여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2021년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굴지의 기업마저 뒤흔들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그룹과 외부 조달로 몸집을 불려 온 SK그룹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024년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에서는 두 그룹의 희비가 엇갈렸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 부담에 이어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계속 휘청이는 탓에 롯데지주 기준 AA급 방어마저 쉽지 않아졌다.
SK그룹은 신용도 우려의 한 축을 담당했던 SK하이닉스가 반등하면서 한숨 돌린 모습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담이 여전한 상황 속에서 SK그룹은 부채축소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개선을 꾀하고 있다.
◇롯데건설 불안 속 쐐기박는 케미칼…물산은 제각각
5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는 올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를 통해 롯데케미칼(AA)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 달았다. 2022년부터 올 1분기까지 영업 적자가 이어진 데다 중국 업체들의 누적된 증설로 수급 여건 또한 녹록지 않아진 여파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롯데그룹 신용도도 휘청였다. 롯데케미칼이 그룹 신용도를 뒷받침하는 핵심 계열사 중 하나였던 만큼 롯데지주 및 계열사 전반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 또한 커졌다.
우선 신용평가 3사는 롯데지주(AA-)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꿔 달았다.
롯데지주는 2017년까지만 해도 'AA+' 등급을 자랑했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부진으로 'AA'로 내려선 후 최근에는 롯데케미칼 부담으로 AA급 방어조차 쉽지 않아졌다.
롯데그룹은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레고랜드 사태) 이후 불거진 건설사업 침체로 불안감이 고조됐다. 그룹 계열사들의 롯데건설 지원 부담이 이어진 데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을 향한 신평사의 칼날도 날카롭다. 지난해 'AA+'를 반납한 데 이어 올해는 'AA'에 '부정적' 전망을 달아 해당 등급마저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케미칼의 연이은 신용도 불안 속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시각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등급 하향과 함께 롯데캐피탈·롯데렌탈 등에 반영했던 '노칭업' 효과를 없앴다. 이에 두 기업의 신용등급은 'AA-'에서 'A+'로 하향 조정됐다.
당초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은 세 신평사로부터 자체 신용도로 'A+' 등급을 받았으나 계열 지원 가능성 덕에 이보다 1 노치(notch) 높은 'AA-' 등급을 받고 있었다.
이에 두 신용평가사는 올해 롯데케미칼에 '부정적' 전망을 달면서도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두 기업의 등급에 더 이상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반영되지 않았기에 타격을 입지 않았다.
반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까지 롯데 계열사들의 노칭업 효과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롯데케미칼이 'AA'에 '부정적' 전망을 달면서 롯데캐피탈(AA-)·롯데렌탈(AA-) 등에 노칭업 효과를 더는 반영치 않기로 했다.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이 이번 정기 평가에서 '부정적' 전망을 달게 된 배경이다.
롯데물산에 대해서는 세 신평사가 각각 차이를 보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롯데케미칼 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롯데물산 등급도 'AA-'에서 'A+'로 낮췄다. 롯데캐피탈·롯데렌탈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롯데물산 등급을 높였던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롯데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했던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정평에서야 롯데물산의 'AA-'에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NICE신용평가는 여전히 롯데물산에 'AA-(안정적)'을 부여하고 있다. 롯데물산의 자체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롯데물산의 자체 신용도를 'A+'로 평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NICE신용평가 기준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로 인한 그룹 신용도 하락 리스크의 영향에서 비껴갔다.
◇정평 넘긴 SK그룹…SK온 불안은 지속
SK그룹은 올 상반기 정기 평가의 칼날에서 비교적 비껴갔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에스케이피아이씨글로벌의 등급이 하락('A'→'A-')하고 SKC(A+)·SK어드밴스드(A-)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긴 했으나 주력 계열사가 아닌 A급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지 않았다.
당초 시장의 관심은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SK온이었다. SK그룹의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사업이 흔들리면서 SK를 바라보는 시장의 우려도 커졌다.
다행히 SK하이닉스(AA)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반등으로 등급 방어에 청신호가 켜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기준 신평 3사의 등급 하향 검토 기준을 대부분 충족했다. 일례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말 '순차입금/EBITDA'는 4배로, 한국기업평가가 하향 검토 기준으로 제시한 '1배 초과'를 훌쩍 웃돌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되살아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시장 예상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신평 3사는 올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모두 'AA' 등급에 달았던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SK온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배터리 불안은 여전하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 부담까지 높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까지 더해지면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아졌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올 상반기 평정에서 SK이노베이션·SK온의 등급 및 전망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온 신용등급은 각각 'AA(안정적)', 'A+(안정적)'이다.
신용도는 유지됐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경우 가시적인 수익성 개선 여부 등을 올 하반기까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연내 손익분기점 달성 등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여전히 신용도 저하 부담을 벗어나기 힘든 셈이다.
SK그룹이 최근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점은 관전 요소다.
SK그룹은 앞으로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계열사 간 합병과 자산 매각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2026년 말까지 그룹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