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혁회의 논의…'제판분리' 보험사 예의주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앞으로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손쉽게 설계사의 계약 유지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전체 금융민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보험 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리고자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판매 지표 관련 정보의 범위와 신속성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혁회의는 보험민원을 감축할 수 있는 단기 과제 중 하나로 보험 소비자가 상품 가입 시 설계사의 유지율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보험 소비자들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설계사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설계사의 이름과 상품 설명서에 표시된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설계사의 기본 정보와 불완전 판매율 등 신뢰도 정보 조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번거로운 과정 탓에 소비자에게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장치라는 지적이 많았다.
유지율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설계사마다 고유 QR 코드를 부여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 소비자들은 실시간으로 보험 설계사의 회차별 계약 유지율을 들여다보게 된다. 보험 소비자가 신뢰도 높은 우수 설계사를 골라서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설계사의 유지율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불완전판매율을 낮추고 무리한 승환 계약 등으로 발생하는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제판 분리(상품 제조·판매 분리)로 GA를 자회사로 설립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영업 조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과열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초래하는 부작용이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청약 철회된 보험계약 건수는 50만 건에 육박하며 직전년도 대비 45%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높은 인센티브를 받고 이직한 설계사들이 실적을 채우고자 보험 리모델링이나 보장 강화를 이유로 소비자를 현혹해 기존 보험계약을 소멸시키고 신계약을 청약하게 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보험대리점(GA)협회가 도입한 우수 인증 설계사 제도의 실효성도 문제다.
2018년 도입된 이 제도는 ▲연봉 4천500만원 ▲동일회사 3년 이상 재직 ▲생명·손해보험 합산 13회차 유지율 90% 이상 ▲불완전판매 0건 ▲모집질서위반 0건 ▲보험사기 0건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설계사에게 우수인증설계사 자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매년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탓에 자격증이 갖는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계약은 아직 비대면보다 대면 가입이 많은 전형적인 고관여 상품"이라며 "유지율, 불완전판매율은 설계사는 물론 GA, 보험사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지율 등 설계사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보험업계 내 분위기는 미묘하게 갈린다.
특히 이미 제판분리를 단행한 보험사에는 더 민감한 이슈다. 각 사마다 유지율을 평가하는 내부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QR이 됐든 아니든 제판분리를 한 보험사에는 더 많은 관리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라며 "물리적인 시간을 두고 공개되는 유지율은 소위 마사지도 가능했지만 실시간 공개된다면 보험사, GA 입장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GA 업계 관계자는 "각 법인마다 유지율을 산출하는 정량 기준도 조금씩 다르다"며 "이를 위해선 업계 공통의 유지율 산출 기준도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보험 설계사의 유지율 등 정보 공개가 확대되면 결과적으로 유지율은 물론 완전판매 지표들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업계의 평균 계약유지율은 13회차가 83.2%, 25회차가 60.7%다. 손해보험업계는 각각 86.26%, 71.56%였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당국이 계약 유지율이 낮은 보험사에 대한 개선계획을 요구한 상태"라며 "보험산업이 민원왕이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설계사 유지율이 공개되면 불완전판매를 촉발하는 업계 내 영업 관행도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보험개혁회의에 참석해 금융소비자학회 등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등과 보험개혁회의 운영방안과 최근 보험업권의 이슈사항, 미래대비 과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2024.5.7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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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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