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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코오롱의 분쟁 역사…시험대 오른 조현상·이규호 리더십

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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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화학·섬유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코오롱과 효성이 다시 기술 전쟁을 벌이면서 양사 간 반목의 역사에 관심이 쏠린다.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 또는 그 반대다. 한국 산업사를 함께해온 양사의 오너 일가는 친목을 기반으로 사업적 충돌을 해결하기도 했다.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 회장의 '나일론 전쟁' 종전(終戰)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타이어 코드 분쟁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 특허 소송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사실상 계열 독립에 나선 상황, 그리고 이규호 코오롱그룹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발생한 첫 법적 공방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양 수장의 '갈등 해결 전략'을 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은 지난 2월28일 효성첨단소재를 상대로 타이어코드 특허 침해 소송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지방법원에서 제기했으며, 지난달에는 추가 증거 등을 더해 수정 소장을 제출했다.

코오롱과 효성은 1996년,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 생산업체 '카프로'의 경영권을 두고 한 차례 부딪친 바 있다.

1969년 정부가 세운 국영기업인 카프로는 1974년 기업공개(IPO)를 단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효성티앤씨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각각 이 회사 지분을 20.0%와 19.2% 확보한 바 있다.

한때 국내 카프로락탐 시장을 거의 독점한 카프로에 양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수순이다. 충돌을 막기 위해 양사는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겠다'고 신사협정을 맺었으나. 코오롱 측의 고발로 이런 신뢰에는 금이 갔다.

지난 1996년 코오롱은 효성이 임직원 차명 계좌로 주식을 매입해 카프로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폭로했다. 코오롱 측이 주장하는 효성의 실제 지분은 약 57.6%였다.

2004년 결국 조석래 당시 효성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따로 회동하고 '상생'이라는 결단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이웅열 회장이 먼저 면담을 요청했고, 조석래 명예 회장과 '중국 섬유 업체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카프로 사건이 전부는 아니다. 2002년에는 고려합섬의 나일론필름 공장 인수 문제로 다시 한번 갈등을 빚었다.

2002년 고려합섬그룹 채권단은 공개 입찰을 통해 가장 비싼 가격을 써낸 코오롱을 당진 공장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했다. 당시 코오롱은 309억원을 써내 20억원 차이로 효성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은 물러서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코오롱의 독과점이 심화한다'는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의 제기를 신청했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필름가공업체 80여개 사가 공정위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코오롱은 고합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10월에는 기업결합신고까지 마쳤다.

복병은 오히려 공정위였다. 기업결합신고까지 마친 상태에서 공정위는 갑자기 '고합의 나일론 필름 생산설비 중 가동 중인 1개 라인 생산설비를 2개월 내 제삼자에 매각할 것'을 명령한다. 코오롱은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서울고법은 매각 기간을 1개월 연기하는 데 그쳤다.

결국 코오롱은 1개 라인 생산설비를 효성이 아닌 미국 하니웰에 매각했다. 이 때문에 양사간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 화면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 화면

사업적으로 두 기업의 악연은 계속되고 있지만, 총수 일가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은 지난 3월 29일 별세한 조석래 명예그룹 회장의 장례식을 찾아 "우리 섬유계의 별이셨다"며 "대선배이고 항상 사랑을 많이 받아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2014년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타계 당시에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이틀 연속 빈소를 찾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은 각각 새로운 그룹의 '리더'로서 처음 법적 공방에 맞닥뜨렸다. 조현상 부회장은 HS효성이라는 그룹의 수장으로서, 이규호 부회장은 그룹의 차기 총수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화학·섬유에서 비롯해 타이어코드나 심지어 수입차 사업까지 공통 분모가 많다"며 "카프로 사건처럼 총수 리더십이 해결의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고 귀띔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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