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g_jbxD-euq0]
※이 내용은 8월 8일(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남승표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 방안이 나오면서 부동산 PF에 대한 위기의식은 한풀 가라앉는 듯합니다. 당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PF에서 불거진 N월 위기설이 길어도 1년, 짧으면 하반기 내 정리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 것에서도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PF에 대해서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기업금융부 남승표 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부동산PF 문제는 이제 일단락 된 것 아닌가요?
[남승표 기자]
지난 5월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추진해 온 부동산PF 연착륙 조치를 확대, 보완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유동성 주입을 통해 유지해온 부동산PF사업장에 대해 사업성 평가 기준을 통해 옥석을 가려 정리할 곳은 정리하고 지원할 곳은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더 이상 시간끌지 않고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만기연장 요건을 대주단 3분의 2에서 4분의 3으로 강화했고 만기 연장하더라도 연체 이자는 상환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또 경·공매를 통해 PF사업장을 처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6월 27일에는 후속조치로 전 금융권 대주단 협약을 개정했습니다. 2회 이상 만기연장하는 경우 외부 전문기관의 사업성 평가를 거치도록 하는 등 사업장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압박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앵커]
금융당국이 제시한 방향대로 진행이 되면 옥석이 가려질 테고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제가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5월 경기도 이천에서 GS건설이 시공한 이천 자이 더 레브 603가구가 일반 청약을 실시했습니다. 이 곳에는 올해 입주하는 이천 자이 더 파크, 2026년에 입주하는 이천 자이 더 리체가 있어 브랜드 단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작년 10월 실시한 이천 자이 더 리체 청약에서는 474가구 모집에 1천733명이 지원해 모두 청약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청약에서는 603가구 모집에 286명만 접수해 300여가구가 넘게 청약 미달이 났습니다.
해당 단지는 PF사업장이었는데요 지난 4월 대주단과 본PF 대출약정을 맺고 분양에 나섰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의 본PF에는 유동화증권 발행뿐만 아니라 대주단의 직접 대출도 있었다고 합니다. 미착공사업장이 본PF로 전환이 됐다는 것은 대주단의 사업성 평가를 통과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막상 청약을 실시해보니 결과는 달랐던 것이죠.
[앵커]
사업성 평가를 거쳐서 우량하다고 판단했으니 본PF 대출을 실시했을 텐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기자]
서류를 바탕으로 실시하는 사업성 평가의 함정 때문입니다. PF 사업의 사업타당성 평가에서는 LTV, Exit 분양률, 현금흐름, 사업수지 분석 등 재무적 지표를 통해 위험을 평가합니다. 여기서 LTV란 대출잔액을 분양 매출액으로 평가한 것을 말하는데요, 저금리로 유동성이 넘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면 LTV가 낮아지는 착시현상이 발생합니다. 요즘처럼 아파트 가격지수가 오르고 인근 지역에서 분양까지 잘된 사례들이 나타나면 우량 사업장인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실제로 이천 자이 더 레브의 경우, 일주일 앞서 인근에서 동일한 건설사가 시공한 여주역 자이 헤리티지 단지가 청약을 받았는데요, 이 단지는 537가구 분양에 2천612가구가 몰려 청약 마감에 성공했습니다. 두 사업장의 거리는 차량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인접 지역이었으니 사업시행사나 대주단에서도 청약실패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사업성 평가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분양에 나섰을 때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미분양 주택 추이를 살펴보면 수도권에서도 경기도의 미분양이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분양을 미루던 PF 사업장들이 분양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평택입니다.
평택에는 고덕국제화 계획지구, 브레인시티, 소사벌 택지지구, 화양지구, 동삭지구 등 17개가 넘는 개발사업들이 진행 중입니다. 아파트 실거래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평택시에는 지난 2019년 1만7천여가구의 신규 아파트가 공급됐는데요 이후에도 매년 7천여가구를 오르내리는 규모의 아파트가 공급됐습니다. 작년에는 6천가구 초반으로 낮았는데 올해는 6천600여가구, 내년 8천700여가구 신규 공급이 예정됐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미분양 아파트입니다. 작년 4월 2천여호에서 올해 1월 361호까지 꾸준히 미분양 규모가 줄었는데요 지난 4월에는 2천641호로 9배나 늘었습니다.
올해 1월까지의 미분양 주택을 근거로 평택 주택시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진행했을 때와 4월을 기준으로 진행했을 때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고덕 국제화지구를 제외한 평택의 다른 개발사업지에서는 올해 청약실적이 모두 저조합니다.
주택금융연구원에서도 PF 사업장 사업성 평가에서 분양위험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를 보냈습니다.
주택금융연구원은 6월 발간한 '위기의 부동산 PF, 분양위험 통제는 가능한가' 보고서에서 개발사업의 성패를 판단하는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초기분양률의 경우 2015년부터 전국 기준 70%를 상회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는데 지난 2022년 4분기 58.7%, 2023년 1분기 49.5%로 하락전환한 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우량한 주택사업장으로 평가받던 서울 역시 지난 2022년 4분기에는 초기분양률이 20.8%까지 하락했습니다.
[앵커]
청약 미달 등이 발생해서 분양이 잘 안되면 어떤 문제가 생깁니까?
[기자]
PF사업 구조를 현금흐름의 관점에서 보면 브리지론 대출, 본PF 대출, 분양대금 등은 현금 유입이고 토지비용, 분양경비, PF대출 상환 등은 현금 유출입니다. 따라서 PF대출은 초기에는 현금 유입이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이는 분양 대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현금유출 요인입니다. 그런데 만약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정해진 날짜에 PF 대출이 상환되지 않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연체 이자 등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사업성이 나빠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잘 봐야 하는 게 분양가격이 높을수록 사업성은 좋은 것으로 나옵니다. PF대출액을 갚는 근거가 분양매출이 되는데 분양가가 높아야 분양매출이 높게 잡히고 상대적으로 PF대출 규모가 작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분양가가 높으면 미분양 위험은 반대로 올라갑니다.
주택금융연구원이 분양가격과 실거래가의 차이, 사업지의 주택가격변동률과 전국 주택가격 변동률의 격차, 입주율 등을 중심으로 광역시도 단위의 분양위험을 분석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연구원은 사업성 평가 보고서는 서류상 사업타당성을 증명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원은 또 분양 위험, 특히 가격 위험에 대해 일정 수준 통제가능한 요소라면서 관리해야 할 중요한 리스크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금융당국의 정리 방침이 서고 나서 부동산PF 위험이 한풀 꺾였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정작 분양에 들어가서 대거 미분양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어떤 위험에 대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위험이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회색 코뿔소라고 부릅니다. 부동산PF 문제가 지난 2022년 하반기에 발생해 2년 가까이 끌어오다 보니 많은 분들이 마치 위험이 해소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서울 일부 지역의 가격 지표를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시장이 마치 대세 상승장에 접어든 것처럼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수도권에서도 평택을 시작으로 미분양 증가 지역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PF 위험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당초에 구상했던 사업계획이 현실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부동산PF 사업장 다수는 2020년과 2021년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사업이 마련됐던 곳들입니다. 따라서 부동산 PF 위험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2020년에서 2022년 상반기까지의 주택가격 상승흐름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의 주택시장을 한 번 복기해봤으면 합니다. 2009년 하락에 이어 2010년 반등하나 싶었지만 결국 PF사업장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2013년을 바닥으로 하는 침체 흐름으로 갔습니다. 부동산PF사업장 연체율이 작년 말 기준 3%가 안 된다고 합니다. 과거 금융위기 때에는 5% 후반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부동산PF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내년 혹은 2026년까지는 차분히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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