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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건강보험·국민연금 의무가입 추진…'보험사·GA 부담만 수천억'

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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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국민연금법 개정안 발의…중소형 보험사·영세 GA 부담 가중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60만 명을 웃도는 보험 설계사의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직장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면서 보험사와 보험대리점(GA)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정부가 연금개혁을 공론화한 데다, 민생 관련 법안에 속도가 붙으리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보험사와 GA가 설계사들의 보험료로만 연간 수 천억원을 부담할 수 있어서다.

11일 정치권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노무 제공자가 직장 가입자로 분류될 수 있도록 하는 법상 근거를 담았다. 지역 가입자로 분류돼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연금 사각지대에 놓은 노무 제공자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노무 제공자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보험설계사를 비롯해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 운전기사 등 18개 직종 종사자가 해당한다.

더불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32년까지 1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명목소득대체율도 기존 40%에서 45%로 인상하도록 했다.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도 국민연금법에 명문화했다.

지난달 말 진보당 진종덕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노무제공자에 대한 특례 신설이다. 건보료를 전액 감당해 온 노무제공자의 노동자성을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을 기반으로 명확히 했다.

노무제공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특례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노동자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일방적인 해고나 계약 해지, 계약연장 거절 등도 할 수 없도록 했다.

그간 노무제공자들은 2022년부터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직장가입자에 포함됐다. 하지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만 가입됐을 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포함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직장가입자는 임금근로자의 69.6%가 가입돼있다. 정규직은 88.0%, 비정규직은 38.4%로, 보험모집원 등이 포함된 비전형 근로자의 경우 19.7%에 그친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역시 임금근로자의 78.9%가 가입돼 있으며 정규직은 94.3%, 비정규직은 52.6%가 가입돼있다. 비전형 근로자는 35.2%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준소득월액을 최저 37만원에서 590만원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업주가 4.5%씩 부담한다. 건강보험의 보험료율도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3.545%씩 부담한다.

이처럼 보험료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납부 구조 탓에 보험사와 GA는 22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가 어떤 논의를 이어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2017년부터 꾸준히 국회의 단골 의제로 올라왔으나 통과되지 못했던 만큼 연금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큰 이번 국회에서는 예년과 다른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물론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보험설계사의 급여 특성상 노사가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전체 수수료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출하거나, 설계사의 산재보험료 산정 근거를 바탕으로 보수액을 대입할 수 있지만 그 어떤 방식도 소득 노출을 꺼리는 설계사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한 GA 관계자는 "정확한 상황은 법안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진행돼야 알 수 있지만 지역가입을 선호하는 설계사들도 있다"며 "강제 가입보단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미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료로 연간 1천억 원 넘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업계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마저 직장가입이 의무화된다면 그 부담이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는 그나마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 보험사는 연간 순익을 모두 설계사 보험료로 내야 할 수도 있다"며 "보험사로서는 GA 의존도가 더 심해지겠지만, 이는 GA 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형 GA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영세한 GA들은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는 GA 간의 인수합병(M&A)은 물론 설계사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해촉이 현실화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GA업계 관계자는 "영세한 GA는 물론 저조한 계약 건수로 유지 수당을 받는 설계사들의 생존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며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정부 방침은 이해되지만,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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