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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연의 프리즘] '시대의 아이콘 경영자' 박현주

2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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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그는 남쪽에 위치한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지방에서 자랐다.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어렸을 적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한적한 시골길을 홀로 걸을 때,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 아버지의 부재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그는 '나는 인생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영향을 준 이는 많지만, 그중에는 한국과 글로벌 창업가들이 특히 많았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금융, 특히 주식에 눈을 뜬다. 박현주 회장에게 오늘날의 미래에셋 창업가라는, 국제경영학회(AIB)의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만들어준, 주식 투자를 시작한 시기는 대학 재학 시절인 1979년이다.

용돈으로 시작한 주식 투자에서 벗어나 대학생 박현주는 금융에서의 창업을 열망한다. 당시 무자본으로 금융회사를 창업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창업까지 10년 계획을 세운 그는 증권사 직원이 되기로 한다. 31세에 국내 최연소 지점장이 됐고, 본부장이 됐다. 시간이 지났어도 잘나가는 직장인의 삶에 안주하지 않았다. 스스로 했던 약속처럼 10여년이 지난 후 1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마련해 미래에셋을 창업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그것도 금융업에서, 개인회사를 설립한 것은 극히 드물고 어려운 일이었다.

미래에셋의 첫 사업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을 시작할 무렵, 태동한 미래에셋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국 시장을 강타한다. 한국의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들도 속절 없이 무너졌고, 주식시장은 붕괴했다. 버텼고, 견뎠고, 투자자로서 위기를 더 큰 기회로 전환하고자 역발상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래에셋은 신규 자산운용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었다. 이는 '위기의 상흔' 저평가 밸류에이션을 활용할 기회라는 의미였다. 한국 최초의 주식형 뮤추얼 펀드는 이때 나왔고. 펀드는 대성공을 거뒀다.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라는 광고를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박현주 회장 입을 통해 나온 '자신을 이끈 몇 가지 경험' 중 일부다. 박 회장은 AIB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 수상자로 단상에 올라 기조연설을 통해 이런 경험을 얘기했다. 이날 그는 미래에셋 배지 대신 AIB 배지를 달았다.

초반에는 다소 떨리는 듯 연신 입술을 축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곧 적응했다. 넓은 연회장에서 모두와 시선을 맞추려는 듯, 박현주 회장은 대본을 보면서도 참석자들과 아이컨택에 나섰다.

미래에셋이 국내에서만 성공했다면 AIB의 경사는 없었다. AIB는 미국 미시간에 본부를 둔 세계적 권위의 국제경영 부문 학회다. 박 회장이 수상한 'AIB 올해의 국제 최고 경영자상'은 1982년부터 수여됐고 1983년 아키오 모리타 일본 소니그룹 회장, 1998년 피터 서덜랜드 골드만삭스 회장, 2013년 무타 켄드 코카콜라 회장 등 동시대 글로벌 아이콘으로 대변되는 산업의 경영인들이 수상했다. 한국 기업인이 수상한 것은 1995년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 이후 28년 만이다. 아시아 금융인으로는 최초다.

수상한 박현주 회장(가운데)과 AIB 펠로우 학장 Tamer Cavusgil 교수(왼쪽), AIB 펠로우 박승호 교수(오른쪽)

미래에셋은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무대로 나갔고, 19개국에 깃발을 꽂았다. 박 회장은 나이 마흔에 영어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UC 버클리 영어 입문 과정의 최고령 학생이 됐는데, "상상할 수 있겠냐"고 말한 순간에는 관객들의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박 회장은 어학연수에서 더 나가 하버드대 최고경영자과정까지 이수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 설립 이후 매일 쉬지 않고 일했다. "일요일 새벽 3시쯤 기상해 오전 6시 이전에 사무실에 도착하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는 박 회장에게 주말은 정말 길었다. '열일'을 위한 하루는 길었지만, 직원들의 월급 순간은 빨리 돌아왔다.

미래에셋의 글로벌은 진행 중이다. 자본 축적이라는 창업 이후 10년의 세월을 보낸 미래에셋은 본격적으로 인오가닉 성장에도 나섰다. 현재 834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미래에셋은 지난해에도 M&A를 이뤄냈다. 그러는 동안 박 회장은 지난 2년 동안에만 한국과 미국을 12번 오갔고, 홍콩에서 반년을 보내기도 했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왜 금융은 안 될까', '어떻게 글로벌 금융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박현주 회장은 그동안 성과로 답했다.

아이콘. 어떤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 우상으로 떠받들어지는 사람을 우리는 아이콘이라고 부른다. AIB는 박 회장을 아이콘으로 정했다. 그 배지가 또 다른 한국의 금융회사 수장에게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투자금융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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