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을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그래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있다. 이른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혹한 정치는 통상 가혹한 세금으로 해석된다. 세금을 올릴수록 여론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고사(故事)에 나오는 말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논쟁거리가 되는 세금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다. 과거에도 호랑이보다 무서웠던 세금이 자본시장에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다. 당연히 논란도 많고 여야의 정치적인 대립이 심한 이슈다.
금투세의 도입에 대한 여야의 대립은 일반적인 상식과 거리가 있다. 세수를 늘려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정자금을 좀 더 편하게 조달해야 하는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금투세 도입은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후보자 지명 소견을 밝히고 있다. 2024.7.5 superdoo82@yna.co.kr
반면 국민의 대의에 따라 움직이면서 이 세금이 정당한지에 대해 감시와 점검을 해야 하는 야당은 세금 도입에 찬성한다.
세금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적인 프로세스가 아닌 진영 논리에 의해 양측은 서로의 의견에 반대를 위한 반대로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투세는 투자상품에서 발생한 손익을 통합 계산한 후 남은 순이익을 과세하는 제도다.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천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금투세 도입에 찬성하는 쪽은 수익이 있으면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측은 코리아디스카운트로 글로벌에서 소외되고 있는 국내 자본 시장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최근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살아나고 있는 국내 증시가 금투세가 시행되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큰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양측의 정쟁으로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들과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혼란과 피해를 직접 겪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금투세 시행 시점은 지난 2023년이었지만 여야 합의로 2025년으로 2년 연기했다. 당시에도 같은 논란으로 양측의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법시행을 불과 일주일 앞에 두고 극적으로 시행 연기에 합의하면서 준비도 안 된 법의 시행을 간신히 막았다.
법을 만드는 곳은 국회지만 그 법을 따라야 하는 사람은 국민이다.
금투세의 경우 법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증권사가 자본을 투입해 관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개별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세금 징수에 관해 설명을 해줘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말 법 시행의 연기를 결정하기까지 양측의 대립이 심해지면서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의 혼란이 극심했다. 오는 2025년 법시행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다시 예전 2022년의 혼란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금투세 도입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뒤 "주식시장이 안 그래도 어려운데 이런 상태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부과하는 게 정말 맞나"라며 "시행 시기에 대해 고민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 측에서 전향적인 입장이 나온 만큼 정부와 여당도 정치력을 발휘해 금투세에 관해서 양측의 합의를 통해 시행에 대한 결론을 지으면 된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세금 도입의 정당성을 논하기보다 양측의 주장만 부딪치며 다시 혼란스러운 대립만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인데, 우리나라 정치만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많지 않다"며 "누구도 직접 이야기하기 꺼리지만, 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정치"라고 꼬집었다.
금투세 도입에 대한 여야와 정부의 논의가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이뤄지면서 법시행에 대한 최종 합의가 결정되길 금융투자업계와 1천400만명의 개인투자자가 지켜보고 있다. (투자금융부 장순환 기자)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7.10 sa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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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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