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론·중후순위 비중 커…PF 충당금 추가 가능성
실적기대 높은 대형사와 온도차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희비가 갈리는 분위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브리지론·중후순위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한국신용평가와 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미만인 교보·하이·BNK·SK·대신·다올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19곳의 3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5%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말(6.5%)에 비하면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지난해 3월(11.7%) 대비 4.2%포인트 감소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시행과 함께 증시 거래대금이 늘면서 증권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으나 기업금융(IB) 부문의 실적 악화가 발목을 잡았다.
IB 부문 영업순수익은 2021년 12월 2조4천515억원, 2022년 12월 2조920억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침체에 따른 PF 부진으로 2023년 12월 6천553억원, 올해 3월 1천477억원으로 이익이 쪼그라들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삼성·한국투자·미래에셋·NH·메리츠·키움 등 대형사 9곳의 경우 올해 3월 ROE는 13.2%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23.1%)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12월(7%)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대형사는 IB 외에도 투자중개, 자산관리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반면 중소형사는 부동산 중심으로 IB를 확대해 수익성 저하 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중소형사의 2분기 실적 전망은 밝진 않다. 지난 5월 정부의 부동산PF 연착륙 정책으로 사업장에 대한 평가기준이 개편되면서 추가 충당금이 발생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그동안 만기연장 등으로 손실인식이 이연됐던 PF 사업장의 충당금 적립, 손실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브리지론, 중후순위 비중 등이 높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비경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중소형 증권사 19개사가 올해 1분기 쌓은 충당금은 1조3천510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중은 16.4%로, 지난해 같은 기간(6.7%)에 비해 대폭 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사업장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증권사 입장에선 기존에는 충당금으로 잡지 않았던 부분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며 "특히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경우 2분기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매우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BNK·하이·SK·다올 등 우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도 고위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하이투자·SK·BNK투자증권 등이 2분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던 SK증권은 수익구조 개편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증권의 3월말 PF 익스포저는 2천962억원(우발채무·대출채권)으로 자기자본의 46.6%를 차지한다. PF 익스포저 중 브리지론 비중은 47%, 변제순위상 중·후순위 비중은 76%에 달해 실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SK증권은 최근 한국기업평가를 비롯한 국내 3대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이 일제히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최근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하이투자증권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내부감사를 진행해 PF 관련 임원을 대거 내보내고 올해 3월에는 성무용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새 수장을 앉힌 뒤에도 조직개편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곤 있지만, 브리지론과 중후순위 비중이 높아 부동산 관련 추가 손실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이투자증권의 3월 말 기준 충당금은 2천11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총 우발부채 규모는 1조원, 자기자본 대비 78.0%로 2020년 말(136.8%)에 비하면 크게 축소됐지만 양적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우발부채 중 대부분은 부동산 PF 관련인 데다가 위험부담이 큰 매입확약 신용공여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BNK투자증권도 2022년 상반기까지 국내 부동산 PF 확약건을 중심으로 우발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자산건전성이 저하됐다. 전체 부동산PF 가운데 중후순위가 대부분이고 브리지론 비중도 40%에 육박한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471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영업이익 87억원)했다. 그러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자기자본의 80%에 달하는 데다가 중·후순위 비중이 높아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대형증권사 실적전망치는 줄상향
반면 삼성증권·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 대형 증권사 5곳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잇따라 상향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실적 컨센서스 종합화면(화면번호 8031)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증권사들이 전망한 이들 5개 상장증권사의 컨센서스(전망치) 2분기 당기순익은 총 9천51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천285억원) 대비 14.9%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국내외 증시 거래대금이 견조한 수준을 이어가고 시중금리 하락으로 보유자산 평가이익이 발생하면서 시장 기대치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사도 PF 타격은 입었지만, 그 충격은 중소형사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 부동산 PF 관련 선제적·보수적으로 적립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사업장평가 세분화 이후에도 유의미한 적립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20조원을 상회하는 일평균 거래대금, 하락한 금리로 인한 트레이딩 수익 증가, IB 딜 증가 등 전반적인 환경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2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중소형사는 부동산 PF 문제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실적 전망이 갈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합뉴스TV 제공]
dyon@yna.co.kr
온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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