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치 밑도는 시가로 합병가액 정하면 SK㈜ 지배력 강화
동원산업, 2년 전 불리한 합병가액에 주주 반발하자 비율 변경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해 불공정합병 막아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가 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안건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양사의 합병비율에 관심이 쏠린다.
상장법인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기준시가가 자산가치에 못 미칠 경우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택할 수 있는데, SK이노베이션의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5로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산정할 경우 '불공정 합병'을 주장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SK이노베이션 합병가액, 기준시가냐 자산가치냐
12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오는 17일 나란히 이사회를 열어 합병 안건을 논의한다.
이번 합병은 SK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 구조 재편의 일환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산 규모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업계에서는 합병의 주목적이 배터리 제조사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인 것으로 해석한다.
합병하는 두 기업 모두 SK㈜가 지배주주인 만큼 이사회 통과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합병비율로 향하고 있다.
비상장법인인 SK E&S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 관련 법규에 따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 대 1.5 비율로 가중평균해 합병가액을 정한다.
반면 상장법인 SK이노베이션은 합병가액 산정에 있어 이사회의 재량이 더 크다.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의 합병 시 상장법인은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정해야 하지만, 기준시가가 자산가치에 미달하면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사용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 PBR이 0.47일 정도로 주가가 자산가치와 비교해 낮게 평가된 상태다. 자본총계는 30조원이 넘어가지만, 시가총액은 최근 10조원 초반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자산가치가 아닌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정하면 지배주주인 SK㈜의 통합법인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된다.
SK㈜는 지난 3월 말 보통주 기준 SK이노베이션 지분 36%, SK E&S 지분 90%를 가지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될수록 SK㈜의 통합법인 지분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양새를 갖추겠지만 결국 지배주주에 유리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합병가액 산정과 관련한 제도가 바뀌기 전에 빨리 하자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기업 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이사회 의견서 공시와 외부평가 규율 마련, 합병가액 산정 규제 개선 등 대책을 3분기 중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끊이지 않는 불공정합병 논란…"상법 개정 서둘러야"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22년 동원산업[006040]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이 거론된다.
당초 동원그룹은 상장법인 동원산업과 비상장법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자산가치(38만2천140원)보다 낮은 기준시가(24만8천961원)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99.6%에 달하는 동원엔터프라이즈를 고평가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액주주의 반발이 거세자 동원그룹은 결국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로 변경하고 이에 맞춰 합병비율을 조정했다.
현재까지도 관련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유사한 맥락에 놓여 있다.
만일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일반주주들에 불리하도록 합병가액을 결정해도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현행 상법(제382조의3)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가 아닌 회사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합병가액을 시가로 정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소액주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 이익을 반영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상법 개정을 이야기하다가 최근 후퇴했는데, 이는 기업들에 그렇게 하라고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병비율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