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배수연의 전망대] 트럼프와 파월의 '2019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24.07.16.
읽는시간 0

미국 성조기 아래에서 피 흘리며 주먹을 쥐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출처 이반 부치 소셜미디어

(서울=연합인포맥스) 당초 박빙으로 점쳐졌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싱겁게 끝날 분위기다.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울려 퍼진 총성 한 발로 사실상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운 것으로 풀이되면서다. 암살 시도에서 구사일생 목숨을 거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싸워라(Fight)'라고 외치며 주먹을 움켜쥐었고 유보적이었던 일부 유권자들은 이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에 이어 워싱턴포스트(WP) 소유주이자 아마존(NAS:AMZN)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도 트럼프에 대한 공개 지지에 합류했다.

이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 향하고 있다. 미국판 '척하면 척'을 내세우며 연준을 압박했던 트럼프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발탁했지만 재임시절 연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큰 관심도 애정도 없었다.

'척하면 척'에서 '척'은 그럴듯하게 꾸미는 태도나 모양을 일컫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금리 인하를 압박할 때 사용한 발언 내용이다. 최 전 장관은 당시 '척하면 척'이라며 한은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금통위는 결국 백기 투항했다. 금통위가 가계부채 급증의 공동정범이라는 불명예를 안는 신세로 전락한 결정적 계기가 된 말이기도 하다.

일부 월가 전문가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금리 인하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트럼프의 느슨한 재정정책이 채권 수익률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달러화도 트럼프 피습 직후 다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5년 전 트럼프가 당시 트위터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얼마나 많은 잡음을 양산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통화 완화를 요구하는 등 연준의 독립적인 행보를 가로막았다.

트위터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남발했던 트럼프는 연준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간섭했다. 2018년 중후반 무렵 트럼프는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있고, 달러는 매일 더 강해지고 있다"며 파월 의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파월 의장은 결국 2019년 6월께부터 양호한 경제 여건에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같은 해 7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금리를 25bp 인하했다. 당시 시장은 소통 능력에 물음표가 붙는 결정이라면서 혹평했다.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에 휘둘려 연준의 독립성도 지키지 못했고 시장에도 적정한 시그널을 주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파월이 기준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동원했던 표현이 '예방적 차원'과 '보험적 성격'이었다.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없을 수 있지만 베이비스텝을 통해 트럼프의 압박에 백기 투항했던 점을 소심하게 고백했던 셈이다.

사업가 출신이면서 승부사 기질이 강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연준을 자신의 입맛대로 쥐락펴락하고 싶어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강한 달러화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강한 달러화가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에서 가지는 함의보다는 약한 달러화가 수출에 유리하다는 사고에 익숙한 게 트럼프식 반응이었다.

트럼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미국 증시의 빅랠리를 자신이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을 시현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주가 상승을 위해서라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도 서슴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가 상승을 자신의 가장 큰 정치적 치적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 출신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공격에 뚝심을 가지고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월가 일부 관계자의 전망은 수정돼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분명 기준금리 인하와 달러화 약세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경제부)

neo@yna.co.kr

배수연

배수연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