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VKTFoRndnvk]
※ 이 내용은 7월 16일(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김경림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지난주 중공업계에 깜짝 소식이 있었죠.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와 소형 건설기계 계열사 두산밥캣을 합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룹에서는 사업 시너지 제고라고 했는데 시장 반응은 영 시원치 않죠. 김경림 기자가 그 배경 및 쟁점 등을 취재했습니다.
#자막. 두산그룹의 밥캣·로보틱스 합병 결정…배경은
[앵커] 두산밥캣과 로보틱스. 왜 합병하는 건가요
[김경림 기자]
지배구조 개편안부터 간단히 설명드리자면요.
두산에너빌리티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두산밥캣이라는 건설 장비 사업 등으로 이뤄졌는데요. '인적 분할'을 통해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여기로 두산밥캣을 귀속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다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고요.
두산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스마트머신 부문 관련 계열사 간 기술 교류와 업무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두산밥캣의 사업적 강점을 활용해, 북미와 유럽 시장을 확대하고 향후 성장세가 예상되는 전문 서비스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잠깐 밥캣에 관해 설명해 드리자면 두산밥캣은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한 미국의 건설기계 회사입니다. 한때 두산그룹을 유동성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룹내 최고의 '알짜'로 꼽히는 곳이죠.
두산로보틱스는 어떨까요. 2015년 두산그룹이 신성장 동력을 위해 설립한 로봇 자회사입니다. 2018년부터 협동 로봇 양산을 시작했고요. 현재는 국내 선두 업체로 평가받습니다. 전체 매출 중 60%가량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으며 40여개국에 100개 이상의 판매 채널을 보유했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향후 제조업의 자동화·로봇화가 가속됨에 따라 양사 간의 사업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게 그룹 측의 입장입니다. 아울러 밥캣이 보유한 미국의 영업망과 고객군 등을 활용할 수도 있고요. 또 밥캣 생산시설을 로보틱스 기술로 자동화함에 따라 생산 효율성도 극대화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 재편이라는 게 회사 입장인데요. 합병 비율이 영 석연치 않다고요.
#자막. 매출액 183배 차이 나는 밥캣·로보틱스…1:1 합병은 불합리
네. 주식시장에서는 그리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죠. 일단 합병 비율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두산밥캣의 지난해 매출은 두산로보틱스의 180배가 넘습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매출액 대비 주가인 PSR이 100배가 넘는 '초고평가' 상태입니다.
반면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9조8천억원, 영업이익 1조4천억원을 기록한 알짜 기업입니다. 그룹 내 최고 캐시카우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합병 비율이 두산로보틱스에 유리하게 산정됐다는 점입니다.
#자막. 밥캣 주식 1주당 로보틱스 주식 0.63주…일반 주주에게 불리
두산로보틱스는 합병을 위해 포괄적 주식 교환을 하는데요. 두산밥캣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가 지급됩니다. 이 과정에서 고평가 테마주인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하는 건 두산밥캣 일반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죠.
이게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현행 상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요.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상장회사 합병에 예외 없이 '기업가치'를 시가로 정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직전 한 달과 일주일, 전날 주가의 가중 평균인데요.
문제는 주가가 언제나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고평가·저평가 문제가 계속되고 있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의도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누르고, 두산로보틱스에 대해서는 '로봇 테마' 등으로 주가 부양에 나섰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주가는 시장 기대와 추측의 영역이죠. 로봇사업같은 미래 산업은 더욱 그렇고요.
특히 두산로보틱스 같은 경우에는 상장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작년부터 계속된 로봇 테마에 묶여 승승장구했고요. 공모가는 2만6천원인데 역대 최고가는 지난해 12월21일에 기록한 12만4천500원, 15일 종가도 9만원이 넘습니다. 공모 이후의 뻥튀기가 상당하다는 거죠.
[앵커 멘트] 한마디로, 실적도 그리 좋지 않던 두산로보틱스 주주들 입장에서만 유리하다는 건데요.
#자막. 두산그룹, 무일푼으로 재무구조 개선·지배구조 개선 효과
주목할 점은, 현금거래가 아니라 주식 교환방식으로 대금을 치른다는 것입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두산밥캣의 가치를 지불한다는 얘기입니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대주주는 ㈜두산입니다. 두산은 그런데 두산밥캣의 주식은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즉,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면 ㈜두산 입장에서는 밥캣에 대한 지배력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는 2천22만주의 주식을 신규 발행한 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에게 지급하는데요. 두산에너빌리티의 대주주가 ㈜두산이라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죠. 실제로 두산로보틱스가 발행하는 신주의 30% 이상이 ㈜두산에 귀속된다고 하네요. ㈜두산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율 희석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앵커 멘트] 그런데 왜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직접 합병하지 않고, 먼저 인적분할 후 합병이라는 복잡한 방법을 택한 걸로 보시나요.
#자막. 두산에너빌리티의 '차입금' 떠넘기기…밥캣의 가치 하락
사실 상장사가 인적분할을 할 때는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모두 상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텔레콤과 SK스퀘어입니다. 그런데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한 후 비상장사를 만든 다음에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차입금, 약 1조2천억원을 신설 비상장사에 넘기기도 했고요. 그 때문에 새로 만들어진 법인의 가치는 평가 절하됩니다. 두산로보틱스가 해당 법인을 인수할 때 더욱 싸게 살 수 있게 된 셈이죠. 분할 전,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지분율은 46.11%, 약 2조5천억원의 가치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부채를 넘긴 탓에 기업가치는 이보다 낮은 1조6천억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그 덕에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직접 인수하는 것보다 더 싸게 인수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신주 발행'으로 주식 교환을 한다는 점에서 발행 주식 수도 줄어들겠죠. 그만큼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배력에 변화가 적다는 것입니다.
[앵커 멘트] 반복적으로 ㈜두산의 주주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두산의 주주 구성이 어떻게 되는건가요.
#자막. 총수 일가, ㈜두산 지분 37% 보유…밥캣에 대한 간접 영향력 확대
두산그룹의 구조 개편은 비단 사업 시너지만을 노린 것이 아닙니다. 두산로보틱스는 총수 일가와 그룹을 잇는 일종의 가교 구실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자금 조달 없이도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 지분 약 16%에 대한 간접적인 영향력을 갖게 됩니다.
현재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은 ㈜두산의 지분 7.64%, 이외 친인척은 보통주 지분 총 36.91%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번 개편으로 지주사인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도 68.2%에서 42%로 낮아지게 됩니다. 또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 지분율은 42%로 대폭 증가하죠. 기존에는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율 30%에 두산에너빌리티의 밥캣 지분율 46%를 곱한 13.8%에 불과했고요.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별다른 자금 조달 없이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총수 일가의 ㈜두산 지분을 고려하면 이들은 두산밥캣에 대해 약 16%의 지배력을 갖게 된다는 계산이 나오죠.
[앵커멘트] 향후 일정은
#자막. 마지막 남은 관문은 주주총회…주주들 반발도 예상.
이미 인적분할 합병 및 포괄적 주식 교환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지난 11일에 있었습니다. 오는 29일까지 주주 확정을 한 뒤, 9월에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 안건을 결의합니다. 만약 주총에서 합병이 승인된다면, 분할 합병은 10월 말께, 신주는 11월 말에 상장되고요.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주총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KB증권의 경우 '두산밥캣 주주 모두가 주식 교환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고요. 심지어 유진투자증권은 주주반대에 따라 개편안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이유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최대 주주 지분율이 낮기 때문인데요. 로보틱스의 경우에는 최대주주인 ㈜두산의 입김이 세게 작용할 수 있지만 에너빌리티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즉, 기타 주주, 일반 주주들이 반대할 경우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전망 때문에 삼성증권은 아예 두산밥캣의 목표가를 매수청구가까지 내리고 투자 의견도 중립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다는 것은 사실상 매도나 마찬가지라고 봐도 되죠.
[앵커멘트] 두산의 이런 활발한 지배구조 개편은 이례적이다. 과거 두산의 M&A 역사와 재무 전략 특징이 있나.
#자막. 반복되는 구조 개편의 역사…재무통 CEO의 맹활약
2020년 채권단 관리 체제를 받았던 두산은 이제 새로운 캐시카우 및 현금 자산을 기반으로 인수·합병(M&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었습니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 3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하며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는데요. 석탄 화력 등 전통 발전 분야의 실적 둔화와 자회사 자금 지원 부담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여기에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단기채 차환이 막힌 점이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3조 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했고 두산그룹은 계열사 매각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상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먼저 두산그룹은 두산타워,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등의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고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고요. 이 기간 총 3조 3천억 원의 자산 매각 및 1조 1천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으로 자구 계획 대부분을 성공리에 이행했습니다.
이에 2022년 2월 28일 두산중공업은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조기 졸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두산그룹이 대체로 재무통을 전문경영인/대표이사 자리에 올린다는 점인데요. 예컨대 ㈜두산의 대표이사는 김민철 사장으로, 2020년부터 지주부문의 CFO를 맡아온 재무통이죠. 올해는 임기를 2027년 3월까지 보장받으면서 그룹을 3년 더 지휘하게 됐고요.
또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과 조덕제 두산밥캣 부사장 역시 주요 그룹사를 이끄는 재무통으로 꼽힙니다.
(연합인포맥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klkim@yna.co.kr
김경림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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