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과 달리 탄탄한 안정세…3박자 갖춘 HD현대중공업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조선의 국모'라는 별칭으로 익숙한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17년간 조선·해운 업종과 함께 한 베테랑 애널리스트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속 시원히 설명하는 리포트들은 관련 업종을 살펴보려는 투자자들에게 바이블과 다름없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준 12월 HMM 매도 리포트를 그의 대표작으로 꼽지만, 엄 연구원 본인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보고서는 바로 '데뷔작'이었던 한진해운 분석 리포트다. 2007년 7월 16일, 그녀는 아직도 첫 발간 날짜를 기억한다.
엄 연구원은 1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업종 내 등락이 워낙 컸던지라 커버했던 회사가 안 좋게 된 상황들이 아직도 생생히 생각난다"며 "2016년 7월 말, 해운사들의 파산 과정에서 비정상 영업에 들어가던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업종을 보기 시작한 이틀 뒤 두바이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상장사였던 조선업체 전부가 하한가를 가기도 했다"며 "조선 애널리스트들은 흔치 않은 경험을 유독 많이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2007년 최고의 호황기에 뒤이은 2010년대 해운사의 파산, 이로 인한 조선업종의 실적 타격 등 지난 10여년간 조선업종은 혹독한 '겨울'을 견뎌냈다. 2021년을 기점으로 업황이 돌아선 이후에도 테크 기업들의 독주에 밀려 증시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다만 최근 들어 조선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연이은 수주 낭보, 정책 수혜 등 좋은 소식이 끊임없이 나오며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 흐름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전일 종가 기준 HD현대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지난 한 달간 30%가량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주요 조선사를 담은 'SOL조선TOP3플러스' ETF는 같은 기간 17.07% 올랐다.
다만 과거 조선업종의 부침을 아는 투자자들은 선뜻 손을 뻗지 못하겠다며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2007년 슈퍼사이클을 맞은 조선업계의 이성적이지 않은 경영전략은 17년이 흐른 지금 찾아볼 수 없다. 쏠림 현상이 심했던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성장세가 기대되는 이유다. 조선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 이미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엄경아 연구원은 "2007년 호황기에는 모두가 흥분해서 공급을 늘리기 위한 무리한 노력을 계속했다"며 "최근에는 3천500~3천800만 CGT(표준환산 톤수) 정도로 공급량이 유지되면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엄 연구원은 "오일쇼크 때 만들어졌던 배들이 교체되면서 발생했던 2007년의 호황기와는 수요의 이유도 다르다"면서 "2010년을 전후로 만들어진 배들이 아직 수명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환경 규제가 강한 상황이기에 해운사들이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조용한' 호황은 조선업종의 주가 흐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7년을 전후로 한 피크시기 조선업체의 PBR은 5배에 이르기도 했다. 당시 업체들이 5년 치 수주를 이미 확보했다는 이유에서 나온 파격적인 밸류에이션이다.
다만 과거의 경험을 학습한 시장은 현재 조선업종의 PBR을 2배까지 이해하는 분위기다. 수주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업사이드 모멘텀이 나올 수 있는 순간이다.
엄 연구원은 "조선업종의 주가는 수주 소식이 들리는 몇 달간 간 우상향 흐름을 보이다가 연말까지 조정을 받는 상고하저 흐름이 반복되어왔다"면서도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는 모습을 분기별로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수주와 실적 모멘텀이 공존하는 시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간 잘 나오지 않았던 분야에서 수주 실적이 발표된다면 4분기에도 주가를 방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방산, 해양플랜트와 관련한 발주가 실행 단계로 들어가는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경아 연구원이 뽑은 관심 종목은 HD현대중공업이다. 엄 연구원은 시장 점유율, 방산 조선에 대한 기술력, 엔진 사업체의 성장성을 강점으로 가진 이 회사를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한다.
엄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은 대형 상선을 가장 잘 만드는 회사일 뿐 아니라 대형 방산 조선을 하는 두 곳 중 한 곳"이라며 "내부의 엔진 사업부 또한 기존 조선업체한테 납품하던 물량뿐 아니라 수리·개조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신영증권]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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