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김학성 기자 = 영국의 의결권 자문사가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재벌 총수 일가의 지나친 지배력과 국민연금기금의 비합리적 의사 결정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주주 이익을 대변해야 할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배 주주와 결탁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9일 영국의 의결권자문사 스퀘어웰파트너스는 'K-디스카운트 주주행동주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비판을 제기했다.
지배주주가 가장 큰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이들이 꼽은 가장 고질적인 원인이다.
스퀘어웰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64%가 주요 주주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수의 총수 일가 또는 특수관계인 등이 기업을 지배하는 형태가 조사 대상 기업의 64%에 이른다는 것이다. 나머지 27%는 기관투자자 등 주요 주주, 그리고 오직 9%만이 소액주주에게 소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들이 일반 주주로부터 보호적인 태도를 취하기 쉽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외부 영향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퀘어웰파트너스 분석. 연합인포맥스 캡처.
아울러 국민연금이 제대로 주주 이익을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 2015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관련 지침을 만든 바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로서는 선도적인 도입이었다. 이어 2019년에는 자체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고 투자의 한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이렇게 주주 이익을 대변해 진행된 주주행동은 2009년 이후 총 4건이다. 2019년 남양유업의 배당 확대와 정관 변경, 그리고 대한항공의 지배구조 개편과 최고경영자(CEO) 관련 안건에 반대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 각각 KT와 포스코홀딩스의 CEO 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연합인포맥스 제작
국민연금의 주주행동주의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보다 굵직한 사건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편을 들어왔다는 것이 스퀘어웰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건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과의 유착이 드러나기도 했다.
올해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삼성물산의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 관련을 요구하는 외국계 헤지펀드의 주주제안에 국민연금이 반대했던 사례다.
당시 영국의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CLIM)을 비롯해 미국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리 등은 삼성물산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이사회에 송부한 바 있다.
정기 주주총회 안건까지 오른 이들의 안건은 결국 모두 부결됐으나, 소액주주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알리 사리바스 스퀘어웰 파트너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공적 연금 기금인 국민연금공단(NPS)은 최근 몇 년간 스튜어드십 관행에서 주목할만한 발전을 보여줬지만, 때때로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특정한 경우 일부 회사에 스스로 행동주의자로 나선 적도 있지만, 재벌에 대한 호의적 입장을 여전히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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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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