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나란히 위치한 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지식산업센터 개발을 추진하던 이들 사업장은 건설사의 보증 여부에 따라 브릿지론 만기가 연장되거나 기한이익상실(EOD)로 인해 공매로 나오는 등의 결과를 맞았다. 다만 지식산업센터 관련 사업성이 밝지 않다는 지적에 만기 연장 사업장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공매와 만기 연장…두 사업장 차이는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동 60-27에 위치한 '가산W몰'은 공매에 나온 이후 연이은 유찰을 거치면서 몸값이 최초 감정가 2천602억원에서 946억원까지 낮아졌다.
이 사업장은 지난해부터 1회차(9차례)·2회차(9차례)·3회차(8차례)에 걸쳐 공매에 나왔지만 계속 유찰된 곳이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인수자가 나오지 않아 다시 공매 시장에 나왔다.
가산W몰은 급격한 경영난으로 인해 지난 2022년 부동산 개발업체 예인개발에 팔렸다. 예인개발은 이 부지를 지식산업센터로 개발하기 위해 1천63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받았지만, 지난 10월 기한이익상실(EOD)의 발생으로 공매에 넘어갔다.
브릿지론 선순위 대주단의 규모는 850억원이다. 선순위 대주단은 원금 손실을 막기 위해 900억원 이하로는 자산을 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란 박스는 LG전자 가산B연구소, 빨간 박스는 가산W몰
가산W몰의 바로 옆에는 LG그룹이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던 'LG전자 가산B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다. 시행사 코아셋디앤씨가 지식산업센터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22년 2천400억원에 인수한 곳이다. 작년 말 기준 브릿지론 규모는 총 2천830억원이다.
이 사업장의 브릿지론은 최근 연장됐다. 지난 6월 시행사 코아셋디앤씨는 브릿지론 가운데 590억원에 대한 만기가 도래하자 유동화회사 비엔케이썸제칠차를 통해 만기를 10월로 연장했다. 685억원의 추가 대출 약정도 새로 체결했다. 이 자금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시행사에 65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준 유동화회사 비욘드스카이제오차의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한 자금으로 추정된다.
입지와 개발 목표가 대동소이한데도 두 사업장의 운명이 갈린 배경에는 건설사의 보증이 있다. 국내 굴지의 시공사 현대건설은 코아셋디앤씨가 브릿지론으로 융통한 1천69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브릿지론이 상환되지 않으면 현대건설이 대신 갚겠다는 뜻이다.
PF 업계 관계자는 "바로 옆 사업장은 공매에 반값으로 떨어져도 팔리지 않는데 한 곳은 브릿지론 연장이 되는 사례"라며 "현대건설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고 말했다.
◇'원수에게 권한다'는 지산…시행사·시공사 운명은
다만 브릿지론이 연장된 지식산업센터 사업장이 문제없이 착공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식산업센터 관련 투자 심리가 극도로 저조한 가운데 금융기관들이 보수적인 잣대로 본 PF 투자를 하고 있어서다. 금융사들은 최근 본 PF 모집 규모가 적은 '분양불 사업장' 등에 한해 PF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분양불 사업장은 분양실적을 통해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로, 본 PF의 규모가 작아 금융대주의 리스크가 줄어든다. 시행·시공사가 분양 실적에 자신 있는 사업장에서 공사비를 충당하는 사례다.
특히 분양률이 저조한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투자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 곳들도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는 아예 보고 있지 않다"며 "분양이 돼야 대출금을 돌려받는 구조인데, 지산과 생숙(생활숙박시설)은 원수에게 권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시장이 망가졌다"고 귀띔했다
분양률이 높은 지식산업센터도 문제는 여전하다. 저금리 시기 수분양자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해 분양받았는데, 현재는 그만큼의 대출금이 나오질 않아 잔금을 치를 수 없다는 설명이다.
PF 업계 관계자는 "지산은 계약금 10% 내고 분양받고 나머지는 대출로 갚는 건데, 요즘은 대출금이 6~70%도 안 나온다"며 "분양률이 100%인 곳도 잔금률이 올라오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보증을 섰기 때문에 브릿지론은 연장되지만, 본 PF는 다른 문제"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연장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khwang@yna.co.kr
황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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