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이 FTSE러셀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관찰대상국에 오른 지 2년 차입니다. 그간 외환시장 선진화, 국채통합계좌 개통 등 많은 변화를 이루며 가입 가능성에도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WGBI 편입을 심사하는 FTSE러셀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글로벌 투자자를 직접 만나 한국 국채의 WGBI 편입과 발전 가능성에 관해 물었습니다. 글로벌 시장 참가자의 시각에서 WGBI 편입 가능성을 심층 분석하고 한국 금융시장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 14편을 차례로 송고합니다.]
(세종=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한국 정부의 '국채시장 선진화'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이야기다. 편입 준비 2년차, 한국 금융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외환시장은 새벽 2시까지 열리게 됐고,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국채통합계좌가 새로 개통됐다.
한국 정부가 WGBI 편입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는 것은 국내외 주지의 사실이다.
편입에 성공하면 많게는 600억달러(한화 83조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선진 국채' 대열에 든다는, 자금 유입 이상의 의미도 있다.
WGBI 편입을 위한 '정량적 준비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때, 연합인포맥스는 WGBI 편입 최전선에 있는 황순관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만나 WGBI 편입과 현재 한국의 준비 상황에 대해 들었다.
연합인포맥스
◇ WGBI 편입 위한 4가지 선결 과제 '완료'
황 국장은 2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글로벌 투자자도 최근 제도 개선을 통해 WGBI 편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대체로 완비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가 채권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단행한 제도 개선은 크게 4가지다.
먼저 지난해 1월부터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을 개정해 외국인 국채·통안채 투자 이자·양도소득에 대한 비과세를 시행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를 폐지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투자 시 당국 사전 등록 없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법인식별기호(LEI)나 여권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올해 6월에는 국제예탁결제기구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가 개통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개별계좌 개설 등의 절차 없이도 국채 투자가 가능해졌다. 특히 역외에서 외국인 투자자끼리 한국 국채 거래도 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외환시장 선진화가 이뤄졌다. 올해 1월부터 외국 금융기관(RFI)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허용됐고, 외환시장 거래시간도 오후 3시 30분에서 새벽 2시까지로 전격 연장됐다.
이로써 WGBI 편입 요건으로 요구되는 시장 접근성 개선이 제도적으로 완비됐다는 평이 나온다.
◇ 글로벌 투자자 체감도가 관건…정부 IR '박차'
다만 이렇게 바뀐 제도를 글로벌 투자자가 실감해야 실제 편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 국장은 "WGBI 편입 결정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투자자 체감도를 물은 조사(서베이)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우리의 제도 변화를 인지하고, 경험해보고, 편의성을 체감해 FTSE 러셀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주요 지역 글로벌 투자자 대상 IR 등을 통해 긴밀한 소통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까지도 기재부의 국제 IR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WGBI 추종 자금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일본계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한 IR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달 초에도 김윤상 기재부 2차관 등은 일본 연기금, 신탁은행, 기관 투자자를 방문해 한국 국채 시장의 접근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황 국장은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본 투자자와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오고 있고, 지난해에는 17년 만에 부총리님이 직접 일본 투자자 IR을 진행한 바 있다"면서 "최근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일본 재무성이 한국의 WGBI 편입 노력을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메시지를 통해 한국의 정책 의지가 일본 금융시장에도 전달돼 WGBI 편입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2009년 첫 시도…이번엔 '본격적'
앞서 한국 정부는 2009~2010년 무렵 채권시장 접근성 제고와 WGBI 편입 등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추진을 도중에 중단했다.
이 때문에 일부 외국인 투자자에게선 '이번엔 지속 가능한 것이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10여년 사이 크게 성장한 한국 금융시장 규모 등을 고려하면, 그때와 같은 환율 충격이 재현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 국장은 "지금은 국채 시장 규모가 세계 12위 수준이고 거시 경제 펀더멘털, 국가 신용도, 재정·대외건전성 등의 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당시와 같은 급격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이 순대외금융자산국 지위를 획득한 2014년 이후 대외 불확실성 충격이 환율과 자본 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국채 발행 잔액은 2009년 말 337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말 1천78조1천억원으로 늘었다. 외국인 국채 보유 비중도 같은 기간 8.2%에서 20.4%까지 증가했다.
현실적으로 WGBI 편입이나 국채 시장 개방이 초당적인 동의를 얻고 있다는 점도 제도 개선의 지속가능성을 키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WGBI에 편입이 되면 한국에 뭐가 좋은 걸까.
우선 WGBI 편입 시 한국의 비중은 1.5~2.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기관마다 추정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400억~600억달러가 국내 채권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향후 국채 발행 수요의 든든한 저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저출생이나 기후변화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황 국장은 "인구구조 변화와 기후변화 대응 등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안정적인 국채 발행을 위한 국채 수요 저변의 확대가 긴요한 상황"이라면서 "한국의 펀더멘탈도 외국인을 소화할 만큼 충분히 성장했고, 중장기적으로 재정 운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WGBI 편입이 단기적인 목표긴 하지만, 금융당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를 넘어 한국 국채가 세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론 WGBI 편입이 목표지만, 우리 국채가 세계에서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선진화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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