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두산그룹의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합병을 앞두고,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사의 합병으로 지배주주만이 이득을 보기 때문에, 이들을 배제한 일반주주만 주주총회에서 투표에 참여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도에서다.
[두산밥캣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이라는 주제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 소속된 두산밥캣을 비상장사로 분리한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일반 주주들은 이번 합병안이 대주주에만 유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양 사의 합병 비율은 현저한 주가 차이로 인해 1대 0.63으로 결정됐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9조8천억원, 영업이익 1조4천억원을 기록한 알짜 기업으로, 그룹 내 최고 캐시카우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에만 191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도 530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이 합병 비율의 기준을 주식의 시가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보다 180배 이상의 매출을 내고도 평가 절하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가치 평가의 문제 때문에, 두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인 ㈜두산은 현금 조달 없이 '주식 교환'을 통해 알짜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즉, 합병안 자체가 지주사인 ㈜두산에 유리하게 산정됐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게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제안이다. 법적으로 상법 368조에 따르면 주주총회 결의에 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중장기적 시너지를 주장하는 지배주주 측과 시가와 기업가치의 극단적 불균형을 주장하는 일반 주주가 대립하고 있다"며 "에너빌리티 주주총회에서는 30% 주주인 ㈜두산이, 밥캣 주주총회에서는 46% 주주인 에너빌리티가 각각 의결권을 스스로 행사하지 않고 일반 주주만의 결의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두산그룹이 양사간 합병 시너지를 증권신고서에 제대로 명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금융당국이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번스포럼 부회장은 "이번 분할합병 및 주식교환 증권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로보틱스 주식의 초고평가 상태 및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핵심 위험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며 "특히 로보틱스의 사업 분야인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성이 높지 않음을 명확히 고지했기 때문에, 이런 시장 환경에 비추어 현재 주가 수준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 부회장은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 중 로보틱스 주식의 실적 대비 고평가 상태 및 향후 변동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는 이번 거래의 가장 중요한 위험이므로, 핵심투자 위험 최상단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부회장은 "만약 이번 거래가 승인된다면, 향후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행동을 할 수 있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굉장히 주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행사에는 두산밥캣의 주요 외국계 투자자인 테톤캐피탈파트너스의 션 브라운 이사도 동석했다.
션 브라운 이사는 "두산이 밥캣을 인수할 때 부여한 기업가치는 이미 주가수익비율(PER) 13배 정도였고, 기업공개(IPO)에서도 이 정도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한 푼도 내지 않고 밥캣 지분을 끌어올리는 ㈜두산이 최대 수혜자다"고 지적했다.
연합인포맥스 촬영
klkim@yna.co.kr
김경림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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