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해외사업 차질 우려…성장동력 의문
카뱅 최대주주 지위 흔들릴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7.22 dwise@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구속되면서 카카오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뒤 이날 새벽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천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김 위원장은 "SM 지분 매수와 관련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용인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김 위원장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는 '사상 첫 총수 구속'이라는 위기를 맞게됐다.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의 공동 의장인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진행한 경영쇄신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룡 IT 기업인 카카오는 그동안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도덕적해이 논란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에는 경영진 8명이 한꺼번에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88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해 '먹튀' 비난을 야기했고 카카오모빌리의 '콜 몰아주기' 사건 등으로 논란이 됐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영진이 대거 수사선상에 오르자 카카오를 둘러싼 위기는 정점에 달했다.
홍은택 당시 카카오 대표,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 각자 대표 등은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과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 배재현 카카오투자총괄 대표는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가 올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카카오는 SM엔터 시세조종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한창인 지난해 10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한 뒤 경영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작년 말에는 준법·윤리 경영감시를 위한 외부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출범했고 올해 2월에는 계열사 간 조율 기구였던 CA협의체를 그룹 전반의 의사 결정 기구로 확대 개편해 쇄신작업에 속도를 냈다.
카카오 쇄신은 지난해 5월 147개였던 계열사를 124개로 줄이는 등 일정부분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 구속으로 경영쇄신은 물론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해외사업 진출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해외매출이 주력인 SM엔터를 등에 업고 2025년까지 해외매출 비중 30% 확대를 목표로 하는 '비욘드 코리아'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인수 후 리스크가 확대되며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이 수사를 받게되면서 카카오는 해외사업 부문에서 이미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의 핀테크 계열사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도 사실상 무산됐다.
AI 신사업과 관련한 성장동력이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본사 AI 전담 조직과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일부 조직을 결합한 카나나를 설립하기도 했지만, 신규 모델 출시 일정이나 AI 서비스 방향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는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려놔야할 수도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27.16%를 보유 중인 대주주다. 김 위원장 등 경영진의 유죄 판결로 카카오 법인이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중 10% 초과분을 팔고 이에 따라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인터넷은행특례법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카오는 SM엔터 시세조종 사건 외에도 다수의 사건에 연루된 상태다.
검찰은 카카오엔터가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또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들여다보는 한편,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른바 '콜 몰아주기' 사건도 살피고 있다.
dyon@yna.co.kr
온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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