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두산그룹의 '비밀스러운 IR'이 있었다. 그리고 이 비밀 회동은 오히려 투자자들을 돌아서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행사는 온라인 컨퍼런스콜 형태로 진행됐다. 다수의 투자자가 참석했고 이 자리에는 스캇 박 두산밥캣 최고경영책임자(CEO) 등이 직접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밥캣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합병 비율 1대 0.63이라는 전무후무한 저평가. 두산밥캣 투자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이렇게 평가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말하자면, 회사가 주장하는 그 시너지가 뭔지 논리적으로 설득해보란 얘기다.
애석하게도 경영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라고 대답했지만, 역풍을 맞았다.
경영진의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아직 (양사 합병 시너지에 대해) 예상하거나 추산할 시간이 없었다."
두산그룹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주주들의 분노는 바로 시장에서 나타났다. '42%→38%'. 지난 12일과 전일(22일) 기준 두산밥캣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 변화다. 이렇게 날아간 외국인 자금만 4천억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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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한 곳이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다. 두산그룹이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을 발표하기 전까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곳이다. 물론 두산그룹의 깜짝 발표 이후엔 대부분을 내던졌지만.
"한국에서 '이런 날강도도 생길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는 전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서울 여의도 IFC에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해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 더포럼에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36차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22 ryousanta@yna.co.kr
약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테톤 캐피탈은 '밥캣'에 진심이었다. 일단 현장에서 만난 '밥캣의 소비자' 목소리를 들었다. 텍사스의 이 운용사는 현지의 건설장비 딜러들과 무수한 미팅을 거쳐, 한국의 두산이라는 기업이 인수한, 미국의 밥캣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션 브라운 이사는 "건설 현장에 계신 분들은, 경쟁사 대비 80~90%가 밥캣을 고르겠다고 했다"며 "이런 좋은 피드백을 많이 듣고 밥캣에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렇다면 테톤 캐피탈이 바라봤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적정 가치는 얼마였을까. 이 운용사가 보는 두산로보틱스의 적정 시가총액은 7천억원이다. 현 시총 대비 약 7분의 1토막 수준이다. 두산밥캣의 적정 시총은 15조원으로, 지금보다 3배 이상 많다.
두산로보틱스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모가를 봐야 한다.
지난해 두산로보틱스가 상장될 때 공모가는 2만6천원이었다. 이는 '비교 기업'의 주당순이익(PER)을 평균 낸 23.8%가 적용된 가격이다.
첫 번째 문제는 비교 대상 기업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동종 산업도 아니고, 유사 매출 수준 등도 아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적용 PER 산정을 위해 적용한 기업은 총 38개사다. 여기에는 하이브(구 빅히트) 같은 엔터사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고평가 주식'부터 매트리스 회사 지누스, 인터넷서비스 기업인 현대오토에버, 한화시스템까지 포함되어 있다. 별다른 고민 없이 최근 5년 상장된 기업의 할인율을 평균낸 것이다.
두 번째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가치 평가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여전히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 회사의 가치를 매출액 기준인 PSR(주가 매출액 비율)로 평가한다. 지난해 매출은 530억원, 영업적자는 158억원에 이른다.
반면, 두산밥캣은 이미 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만 각각 9조7천억원과 1조3천억원에 이른다. 그간 시장에서 계속해서 양사 간 합병 비율을 손가락질한 이유다.
다시 테톤 캐피탈이 평가한 가치로 돌아와서, 두산로보틱스 7천억원과 두산밥캣 15조원을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재산정하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오히려 두산로보틱스를 보유한 ㈜두산의 지배력이 희석된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가진 것을 지키는데 능했다. 재무통 출신의 경영진들은 자본시장법을 십분 활용해 합병의 '황금 비율'을 만들어냈다.
션 브라운 이사는 "두산밥캣의 적정 시총을 고려하면, 약 12조원의 어마어마한 피해가 생기는 것이다"며 "㈜두산의 지분 절반을 가진 재벌가만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넋두리했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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