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IT 산업 또한번의 패러다임 변화 겪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로 바뀌는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다. 내연기관 중 IT 부품 비중은 약 20%인 반면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내 IT 부품 비중은 90%다."
박강호 대신증권 기업리서치부 수석연구위원은 2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IT 총괄을 담당하는 박강호 위원은 우리나라 IT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쭉 지켜본 베테랑이다.
투자자에겐 종목 분석 못지않게 큰 흐름을 읽는 눈이 중요하다. 정보통신(IT) 산업을 주도하는 제품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수혜주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는 퍼스널 컴퓨터(PC)와 LCD TV가 산업을 이끌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가정과 기업에 깔릴 미래를 엿본 삼성전자와 브라운관 TV의 종말을 앞당긴 LG디스플레이가 일본 기업을 제치고 패권을 쥔 시기였다.
2010년은 스마트폰의 시대였다.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스마트폰은 MP3나 디지털 카메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사라지게 했고, PC 시장마저 움츠러들게 했다. 연간 판매량 15억대에 달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애플과 함께 패러다임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제는 PC·TV·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고, IT 하드웨어 기업은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다.
박강호 위원은 "우리나라 IT 산업이 또한번의 패러다임 변화를 겪어야 한다"며 "수년 전부터 자동차 전장(전자·전기 장치)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국내 IT 부품 기업이 '굴러가는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전기차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삼성전기 등 IT 부품 대기업은 수년 안에 전장 사업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일례로 LG이노텍의 경우 애플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의존도를 줄이고 차량용 카메라를 공략할 계획이다. 더욱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려면 수준 높은 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먹거리로 여겨지는 로봇도 카메라가 탑재되긴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기는 전장용 전류 제어 부품(MLCC)을 개발했다.
IT 부품 업체가 너도나도 전장에 뛰어드는 배경은 시장의 성장성이다. 리서치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2천626억 달러(약 363조 2천억 원)였던 글로벌 자동차 전장 시장 규모는 2030년에 4천681억7천만 달러(약 647조 5천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 전장은 실적 가시성도 높다. 박 위원은 "애플은 아이폰의 부품 테스트를 출시 1년 전부터 진행한다. 반면 자동차는 3~5년 전부터 신규 모델 기획을 시작하며 부품 업체도 3~5년 전부터 수주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도 IT 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AI 훈풍을 직접적으로 타는 대표 종목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다. AI용 서버를 구축하는 기업들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판매하는 엔비디아에 주문을 넣으면서 SK하이닉스도 덩달아 웃고 있다.
박 위원은 "헬스케어 산업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추세로 서버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AI 서버용 MLCC를 제조하는 삼성전기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또다른 수혜 종목을 제시했다.
다만 온디바이스 AI도 큰 기회를 창출할지는 미지수다. 온디바이스 AI란 디바이스 자체에 탑재돼 외부 서버에 연결되지 않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AI를 뜻한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갤럭시 S24가 대표적인 온디바이스 AI 제품이다.
박 위원은 "온디바이스 AI는 IT 제품 교체 수요를 자극할 하나의 킬러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간단한 기능을 구현하는 정도라 교체 수요를 크게 자극할 것이란 평가는 적다"고 설명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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