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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개정안] 여전히 모호한 가상자산 대여소득의 허점

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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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박형규 기자 = 가상자산소득 과세 유예안이 급물살을 타면서 업계는 한시름을 덜었다.

다만,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과세 대상으로 삼는 가상자산 대여소득의 개념이 보다 명확히 정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 과세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여소득 관련 논의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가상자산소득 과세안의 시행 시기는 내년 1월 1일에서 2027년 1월 1일로 변경됐다. 과세 대상, 소득 구분, 과세 방법 등 세부적인 조항 내용은 그대로 유지된 채 시행 시기만 2년 더 유예한 것이다.

기재부는 이번 유예안에서 개정 이유에 대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제도 시행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애매한 대여소득의 의미, 가상자산 거래 포괄적 규율이 목적

개정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7호에서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분리과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과세안 내용 중에서도 특히 가상자산을 대여함으로써 발생한 소득을 어떻게 정의하고 포착하느냐가 문제시될 수 있다. 가상자산에서의 '대여소득'은 통상적인 소득세법상 소득 종류 중 하나로 명확히 포섭되기 어려운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법 문언을 살펴보면 별도의 세부적인 정의나 설명 없이 단순히 '가상자산을 양도 또는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이라고만 제시하고 있어 그 과세 대상이 다소 막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입법 과정에선 가상자산으로부터 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나 다양한 데다, 그 소득의 형태 또한 기존 제도의 관점에서 명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은 점 등 현실적인 이유가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모든 가상자산소득이 양도 행위를 통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존 소득 분류 중 양도소득으로만 이 소득의 성격을 규정할 수는 없다. 양도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대여 행위를 통해서도 소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가상자산소득을 양도와 대여를 포괄한 기타소득으로 인식하겠다는 세제 당국의 방침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과세 시 특정 소득 분류 중 하나로 포섭하기 어려운 경우엔 기타소득으로 보는 현 세법의 체계를 고려해 입법 배경을 이해해볼 수 있다"며 "수많은 종류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일일이 법에서 열거하고 규정할 수는 없기에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납세자 예측 가능성 제고하려면…대여소득 구체화 논의 필요

하지만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가상자산 대여소득 개념의 명확성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선 대여소득 적용 대상을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부터가 필요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대여소득 예시로 주로 거론되고 있는 스테이킹의 경우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 검증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맡기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거래인데, 이 보상은 현금이 아닌 토큰 자산의 형태를 취한다. 이 때문에 현재 법 문언만으로는 스테이킹 보상을 수령한 시점에서 추산되는 토큰 자산의 가치가 과세 대상인지, 혹은 이후 시점에서 해당 자산을 현금화했을 때의 가치가 과세 대상인지를 선명하게 판단할 수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이 스테이킹을 오롯이 대여소득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스테이킹의 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닌 데다 투자자마다 다양한 방식과 종류의 스테이킹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스테이킹 성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소득 종류에 대한 견해가 달라질 수 있다.

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스테이킹은 개인이 블록체인 검증에 참여하는 대가로 토큰 자산을 보상받고 이 보상의 일부가 검증을 대신해준 스테이킹 전문업체에 지급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이때 스테이킹을 통해 보상 토큰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면, 대여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이 토큰을 양도할 때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관점에서는 보상 토큰을 검증 용역에 대한 대가로 보고 이를 사업소득 내지는 기타소득이라고 인식할 여지도 있다"며 "명확히 정해진 기준이 하나도 없다 보니 법이 제시하고 있는 대여소득의 의미가 더욱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만일 이러한 스테이킹 행위가 탈중앙화(DeFi) 환경에서 이뤄진다면 대여소득 적용 대상을 규명하는 데엔 더 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탈중앙화 특유의 익명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실태 파악이 힘들고 세원 확보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호 세움택스 세무사는 "현재의 가상자산소득 과세안은 스테이킹을 포함하는 대여 행위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아 불분명한 측면이 많다"며 "탈중앙화 환경의 거래행태들은 전통 금융거래행태들을 차용한 경우가 많고 가상자산 특성에 기반한 새로운 거래 행태들도 존재하는데, 그 다양한 거래를 '대여'라는 법조문으로 포괄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소득세법상 구체적으로 열거돼있지 않은 대여소득 개념을 보다 구체화한다면 탈중앙화 거래에서도 대여소득 포착 가능성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꼭 입법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대여소득 명확화를 위해 과세 당국이 구체적인 예시나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화무쌍한 가상자산 거래 형태가 모두 법에서 열거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본보기로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공돼야 납세 의무자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실제 미국 국세청(IRS)에서는 과세 명확성을 위해 가상자산 관련 가이드라인을 약 46개 정도의 FAQ 형식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신고 납부 편의성 확보를 위한 시스템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세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소득 과세가 2027년으로 미뤄지면 OECD 암호화 자산 자동 정보교환 체계(CARF) 개시 시점과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선 다소 긍정적이다. CARF 시행 이후엔 거래 정보 수집이 더욱 원활해져 세원의 투명성과 과세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관련 역외 탈세 방지를 위해 현재 48여개국과 함께 CARF 국제 공조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체계의 시행 시점 역시도 2027년으로 예정돼있다.

가상화폐 소득세 부과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hgpark@yna.co.kr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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