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무산 베팅 관측…단타성 트레이딩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밸류다운'으로 평가받는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 발표 뒤 외국인 투자자들은 두산밥캣을 연일 팔고 떠나고 있다. 이 와중에 연기금은 두산밥캣을 연일 주워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다운' 아우성인데…연기금, 두산밥캣 2주간 616억원 순매수
26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별 매매상위종목(화면번호 3330)에 따르면 두산이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한 지난 11일부터 전일까지 연기금은 두산밥캣을 총 615억7천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연기금이 시프트업(638억3천만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시프트업은 지난 11일 주식시장에 상장한 게임 회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두산밥캣은 연기금이 장중 순매수한 규모가 가장 크다.
두산은 지난 11일 장 종류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 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내용을 발표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비율은 1대 0.63으로 정했다. 두산밥캣 주주 입장에서는 저평가된 회사 주식을 고평가된 회사 주식으로 받는 불리한 거래라고 평가된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두산밥캣을 2천216억7천만원어치 순매도하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았다. 증권가에서도 두산밥캣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거나 목표주가를 5만원대로 낮추고 있다.
◇'합병 무산' 베팅하는 움직임인가
시장 평가와 달리 연기금이 두산밥캣을 열심히 사들이는 이유로는 주식매수청구가인 5만612원보다 내려간 두산밥캣 주가가 언급된다.
두산밥캣 주가는 지배구조 개편 발표한 2영업일 이후인 지난 15일부터 주식매수청구가를 하회해 4만9천원 선에서 거래됐다. 금융감독원이 두산밥캣과의 합병을 위해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일에는 4만4천150원까지 하락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이사회 결의가 공시되기 이전에 취득한 주식만 행사할 수 있지만, 기존 주주들도 추가 매수를 통해서 평단을 낮출 기회다. 그렇게 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현재가보다 높은 주식매수청구가로 보유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실제로 투자자별 평균매매단가(화면번호 3335)를 살펴보면 연기금의 지난 2주간 평균 매수단가는 4만9천363억원이다. 그전까지는 연초 이후 5만1천892원이었는데, 지난 2주간의 순매수로 평단을 5만676원까지 낮췄다.
두산밥캣 합병이 무산될 경우 제 가격을 다시 찾아갈 가능성에 투자했을 수도 있다. 두산밥캣 주주가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이 1조5천억원을 초과하면 이번 합병 계획이 무산된다.
시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나 두산로보틱스와 달리 두산밥캣을 저평가된 가치주라고 분류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이 5~6배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연기금 위탁운용 한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이익이 줄긴 했어도 두산그룹 내에서 현금이 창출되는 회사는 두산밥캣밖에 없다"며 "적자 회사이자 고평가된 성장주인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의 현금을 활용하기 위해 진행되는 딜로 가장 피해를 보는 두산밥캣 주주는 합병을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기술적 분석으로 들어간 '단타성 자금' 가능성도
한편에서는 두산 지배구조 관련 이슈 때문이라기보단 기계적으로 차익거래 하는 계정의 단타성 움직임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자금이 모두 지난 12일 이후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함께 봤을 때, 펀더멘털을 분석해서 들어가는 액티브 자금보다는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진 종목을 단타성으로 매수하는 계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두산 지배구조 문제와 별개로 트럼프 트레이딩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다.
연기금 매매종목을 넓혀서 바라보면 지난 2주간 인공지능(AI) 등 과열 종목을 팔고 산업재 등 소외 종목을 사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두산에너빌리티 등을 순매도했고 SK이노베이션과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등을 순매수했다.
연기금 관련 다른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 자금을 담당하는 증권사 파생팀 거래는 연기금이 아닌 증권사 거래로도 찍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산밥캣 순매수 자금은 국민연금이 아닌 스프레드가 벌어져서 들어가는 우본 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6월까지 펀드 수익률 평가가 마무리되고 7월부터 새롭게 펀드 평가를 시작하기 때문에 6월까지 워낙 아웃퍼폼했던 종목을 차익실현하고 네이버같이 많이 못 오른 방어주를 들어가는 흐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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