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가액 20만8천원 책정, 투자사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 유치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명품 커머스 플랫폼 기업 트렌비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시리즈E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발행한 CB의 전환가액을 고려했을 때 트렌비의 기업가치는 2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26일 벤처캐피탈업계에 따르면 트렌비는 이달 18일 제1~5회 CB를 발행해 55억원을 조달했다. 제1·제2회는 각각 15억원, 제3·제4회는 각각 10억원, 제5회는 5억원으로 발행했다.
이번에 트렌비가 발행한 CB는 기존 투자사들이 나눠 인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IMM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등이다.
투자사들은 발행일로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2027년 7월까지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환권을 행사해 CB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제1회~제5회 CB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발행됐다.
주목할 만한 건CB 전환가액이다. 이번에 발행한 CB의 최초 전환가액은 주당 20만8천721원이다. 현재 발행한 주식의 총수가 48만1천569주라는 걸 감안하면 투자 유치 전 기업가치(프리 밸류에이션)를 1천5억원으로 산정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투자사들이 CB를 최초 전환가액인 20만8천721억원으로 보통주 전환한다고 가정했을 때 포스트 밸류에이션(투자 후 기업가치)은 1천60억원 수준이다.
약 2년 전 트렌비가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을 때와 비교하면 기업가치는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트렌비는 2021년 말과 2022년 초에 CB를 발행해 200억원을 유치할 수 있었다.
당시 자금을 조달할 때 설정했던 CB의 최초 전환가액은 61만4천359원이다. 이달 발행한 CB의 최초 전환가액과 비교해 보면 투자사들은 약 2년 만에 주식 가치를 3분의 1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번에 CB를 인수한 곳들은 모두 기존 투자사다. 기존 투자사도 2년 전에 비해 기업가치를 낮게 책정해 투자할 정도로 트렌비의 성장성에 확신을 가지진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발행한 CB에는 향후 트렌비의 IPO(기업공개)를 고려한 리픽싱 조항도 포함됐다. IPO 공모단가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전환가격을 하회할 경우, 전환가격을 IPO 공모단가의 70%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조정된 전환가격은 최초 전환가격인 1주당 20만8천721원을 상회할 수 없게 해놨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하방 안정성이 높다. 트렌비의 이번 CB 발행은 리픽싱 조항 등을 고려했을 때 여러모로 투자사에 유리한 조건이다.
국내 벤처캐피탈의 통상적인 투자 형태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 방식이다. 투자기업의 성장성에 대해 확신했을 때 보통주 투자를 단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선 RCPS, 보통주보다 CB가 더욱 안정적인 투자 방식이다.
보통주의 경우 투자금 상환 의무가 없고, RCPS는 투자기업에 배당가능 이익이 있어야 상환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CB는 상대적으로 원리금 상환 보장이 돼 있다. 트렌비가 CB 발행을 통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투자 유치 과정이 험난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트렌비는 이번에 CB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적인 부담도 떠안게 됐다. 리픽싱 조항이 있는 CB는 부채로 분류되는 만큼 부채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유치한 자금은 중고 명품 사업 확장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 명품 사업을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트렌비는 관련 거래액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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