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회계' 의혹 집중 의지 드러내
[※편집자주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오는 9월 30일 첫 정식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은 기업 거버넌스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분식회계와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의 연관성,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과 정당성 등을 다룬 기사 6건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부당 합병·분식 회계' 의혹 1심 재판 판결문의 맨 하단에 적혀있는 주문이다. 2020년 9월 검찰의 기소로 시작된 이 사건은 지난 2월 재판부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하며 3년 5개월 만에 피고인 전원 무죄로 종결됐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검찰의 항소로 오는 9월 2라운드가 본격화한다. 1심에서 완패한 검찰은 상대적으로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 회계 논란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반전 기회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또 위법 취득 논란으로 채택되지 못한 자료들의 증거 능력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바 분식 회계 먼저"…전략 바꾼 검찰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오는 9월30일에 첫 정식 공판을 열겠다고 지난 22일 공판준비기일에서 밝혔다.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준비 기일에선 원고와 피고 측의 동의 아래 구체적인 재판 일정이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9월30일을 시작으로 11월25일까지 2주마다 공판을 열고 ▲위법 수집 증거 ▲회계 부정(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자본시장법 위반(제일모직-삼성물산[028260] 부당 합병) 의혹 등 각 주제에 대해 심리하기로 했다. 모두 다섯 차례 공판을 진행한 뒤 내년 1월 말께 선고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그래픽]
눈에 띄는 건 1심과 달리 삼바 분식 회계 의혹을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건보다 먼저 다루기로 했다는 점이다. 검찰의 제안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며 이같이 순서가 정해졌다.
앞서 1차 준비기일 당시 검사 측은 "1심에서 다수의 범죄사실이 종합된 자본시장법 위반 내용을 먼저 진행하고 비교적 전문적인 회계 기준이 필요한 외부감사법 관련 내용을 나중에 진행했다"면서 "시간상의 문제로 외감법 관련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해 재판부 설득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순서 변경을 요청했다.
이를 두고 검찰이 이번엔 삼바 분식 회계 의혹을 좀 더 중점적으로 파고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거란 해석이 나왔다. 1심에서 부당 합병 혐의를 입증하는 데 집중했지만 실패한 만큼, 재도전에 앞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여론 등 분위기 환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거 2천여건, 출처 바꿔 다시 제출
무엇보다 1심 때 증거에서 배제된 자료들의 증거 능력을 인정받는 데도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입수 절차를 문제 삼아 삼바 회계 부정 혐의 관련 자료 3천700여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판결문에 첨부된 위법수집 증거 리스트만 143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출처: 1심 판결문]
판결문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검찰이 2019년 삼바 공장을 압수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증거물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봤다. "정보저장매체 자체가 증거은닉의 증거물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가 증거은닉의 증거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18테라바이트(TB) 용량의 백업 서버 등 각종 자료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압수한 NAS 서버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명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에 대해서도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이 회장 등이 19개 혐의 모두에 무죄 판결을 받은 배경에 이 같은 검찰의 실책이 있었던 셈이다.
심기일전한 검찰은 2심에 들어가며 2천300여건의 증거 목록을 새로 제출했다. 이 중 2천여 건은 1심에서 증거 능력이 배제된 것과 동일한 자료를 다른 저장매체에서 추출한 것으로, 검찰은 적법한 증거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단은 "출처를 명확히 밝혀 달라"며 틈을 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고, 재판부도 "입수 출처를 다투게 될 것 같으니 좀 더 소명해 달라"고 했다.
해당 증거들의 입수 과정과 증거 능력 인정 여부가 항소심의 주요 쟁점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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