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이재용 승계 뒷받침"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동원"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김학성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단지 회계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편법 승계 논란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전문가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회장의 그룹 승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부당 합병을 진행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때 제일모직 가치는 과대평가됐고 삼성물산 가치는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회장이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해 제일모직 가치가 높을수록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또 제일모직 가치를 키우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을 동원했다고 판단했다.
◇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 위해 여러 편법 동원"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꼼수' 승계 논란은 2014~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승계작업 목표가 이재용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2015년 5월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후 존속회사 상호는 삼성물산으로 결정됐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3%를 보유했고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지분이 없었다. 또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했다.
제일모직 가치가 높을수록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했다. 이 때문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된 것으로 판단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대 0.3500885로 결정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라서 기준주가로 합병비율을 산정했다.
하지만 적정 합병비율은 1대 1.0 또는 1대 1.36으로 분석됐다. 제일모직 가치가 과대평가됐고 삼성물산 가치는 과소평가됐다는 의미다.
한 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남남끼리 합병할 때는 가격이 안 맞으면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합병가액을 시가로 하든 본질가치로 하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같은 기업집단 내에서 계열사끼리 합병할 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배주주 지분이 많은 회사는 주가가 높을 때, 지배주주 지분이 적은 회사는 주가가 낮을 때를 골라서 합병한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유명한 사례"라고 진단했다.
한 법률전문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삼성물산이 심히 저평가된 탓에 문제가 됐다"며 "삼성물산 기준시가에 10% 할증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주주 재산을 뜯어서 이재용 회장 등 지배주주를 챙겨주는 것"이라며 "의결권은 제로섬 게임이라 누군가의 의결권이 늘면 다른 누군가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재계가 이사의 충실 의무대상 확대를 결사반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가 포함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같은 일이 벌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은 이 같은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러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진단됐다.
당시 참여연대는 제일모직 유령바이오 사업을 3조원으로 평가하고 에버랜드 유휴 토지를 평가에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물산 영업가치는 광업권 누락 등으로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고 삼성물산 현금성자산을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분식회계 의혹의 연관성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도 뻥튀기한 것으로 판단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가 높을수록 제일모직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2014년 말 기준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5.65%를 보유했다.
여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등장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2013년 바이오젠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았고 2012~2014년 이를 부채로 인식하지도 않았다.
바이오젠 콜옵션을 부채로 계상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잠식에 빠졌다.
2015년에서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 콜옵션을 파생상품부채(1조8천204억원)로 인식했다.
하지만 2015년에 바이오젠 콜옵션을 인식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잠식에 빠지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산에서 지분법적용투자주식 4조8천86억원이 생겼다. 파생상품부채(1조8천204억원)를 웃도는 규모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런 회계처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과정에서 종속기업투자이익 4조8천억원 등의 규모가 너무 크다"며 "또 삼성 지배구조와 맞물려 있어 분식회계 논란이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는 삼성그룹 합병 내지 승계 등과 무관하다"며 "콜옵션 부채를 인식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계법인 검토와 자문에 따라 회계기준을 준수하고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회계처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 "외국계 헤지펀드 손해만 인정…1심 법원 판결에 '비판 목소리'"
전문가는 이 같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부당 합병 등으로 이재용 회장 등 삼성 총수일가가 부당 이득을 취하고 삼성물산 일반주주가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물산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에도 손해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2014년 말 기준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3.15%를 보유했다. 삼성SDI(7%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대)보다 지분율이 높았다.
참여연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부당합병으로 이재용 총수일가가 3조1천억~4조1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연금은 5천200억~6천750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지난 2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9월 30일 첫 정식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삼성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이재용 회장의 지배권 승계 내지 지배력 강화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뇌물죄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재용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 등 승계작업 지원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사실도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제중재기구 판정이 나온 후 1심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대됐다.
지난 4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중재판정부는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3천203만876달러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메이슨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9월 국제투자분쟁 해결 절차(ISDS)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메이슨은 당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결정됐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그룹 승계라는 부당한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비율이 정해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PCA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같은 취지로 제기한 ISDS에서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5천358만6천931달러 등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으로 외국계 헤지펀드만 손해를 배상받고 삼성물산 주주나 국민연금은 그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민연금에 임무 방기에 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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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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