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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승계 재판⑤] 그룹 회장 아닌 '삼성전자 회장'의 한계

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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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실 해체로 '그룹' 개념 없애

지배권 정당성 필요하단 지적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총수 이재용 회장의 공식 직함은 '삼성전자 회장'이다.

삼성을 대표하는 자타공인 일인자지만, 그룹 아닌 계열사(삼성전자[005930]) 회장으로 불린다.

'삼성 스타일'은 아니다. 과거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은 그룹 전체를 총괄한다는 의미의 '삼성 회장'이나 '삼성그룹 회장'을 주로 사용했다.

◇삼성에만 없는 '그룹 회장'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인 이 회장은 2022년 10월 회장 취임 후 2년 가까이 지났지만 계속 '삼성전자 회장' 직함을 쓰고 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 삼성의 동일인으로 지정했을 때는 물론이고, 2020년 10월 이 선대회장 별세 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국내 재계에서 대부분의 오너경영인이 '그룹 회장'을 쓰는 것과 차이가 있다.

회사 측 설명은 간단하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그룹'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삼성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가 아닌 만큼, 이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삼성전자 회장 직함을 쓰고 있단 입장이다.

[연합뉴스 그래픽]

사실 현행법(상법 등)상 '그룹'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개념이다. 공정위가 매년 5월 지분율과 지배력 등을 따져 동일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발표하는데, 재계에서 이를 편의상 '그룹'이라고 부른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다. 삼성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는 자연스럽게 '그룹 회장' 직함을 써왔고, 여전히 사용 중이다.

10대 그룹만 보더라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그렇다. 이 중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삼성과 마찬가지로 지주사 체제가 아니지만 동일인을 '그룹 회장'이라고 칭한다.

◇국정농단에 휘말린 '미전실', 악몽의 시작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과거 악몽 때문에 유독 '그룹'이란 개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국정농단 등 각종 부정 이슈에 휘말려 문제가 됐던 걸 꼽는다. 그때의 경험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 여전히 삼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연합뉴스 그래픽]

당시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됐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재판에서 이 선대회장 와병 이후, 즉 본인이 경영 전면에 나섰을 때도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미전실에 한 번도 소속된 적이 없다"며 "삼성전자 소속으로 95% 이상 전자와 관련 계열사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밝힌 미전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 발언 역시 자신의 의지가 아닌 최지성 전 미전실장의 코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 그룹 관련 의사결정을 내린 주체가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럼에도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총수가 이 같은 고초를 겪었으니 삼성이 '그룹'이란 개념을 금기시하는 게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후 삼성은 미전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에 돌입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은 계열사 정점에 있는 회사(지주사)의 대주주가 그룹 회장"이라면서 "삼성은 국정농단 당시 논란이 됐던 미전실을 해체한 뒤 의식적으로 그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당 합병' 재판 피고인, 지배권 정당성 확보할까

더불어 이 회장이 아직 그룹 지배권에 대한 정당성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통합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는데, 합병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에 대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기업 총수는 경영권뿐 아니라 지분율에 기반한 지배권까지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

현재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있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다. 해당 합병으로 이러한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예컨대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율이 1.63%에 불과하지만, 대주주인 삼성물산(5.01%)과 삼성생명(8.51%)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검찰은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합병 과정에서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짓고자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법원이 합병 과정에 위법이 없었다고 판단하면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 회장도 지분 확보 과정에 제기된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완전한 정당성을 부여받게 된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게 입증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삼성그룹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이 회장 등에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시작된 상태다. 지난 22일 공판 준비 절차를 모두 마무리 지어 오는 9월 정식 공판에 들어간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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