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도 안 팔리기 시작
에르메스 "고품질로의 도피 진행 중"
(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에르메스만 거의 유일하게 잘 나가는 승자독식 체제가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출처 : 에르메스]
지난주 프랑스의 가장 강력한 3대 사치품 브랜드가 잇달아 실적을 공개했다. 구찌를 소유한 케링그룹과 루이비통의 모기업 LVMH, 그리고 고가 중에서도 고가 브랜드인 에르메스. 세 거대 패션 기업이 올해 2분기 실적을 공개했는데 수치를 보면 회사별로 성과가 매우 엇갈렸다.
케링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45억유로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최대 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결과에 케링의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 7년래 최저치까지 주저앉았다.
케링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지역에서 럭셔리 시장이 둔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도 실적 감소가 눈에 띄고 북미와 유럽에서도 별달리 실적이 개선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 에르메스, 샤넬과 함께 이른바 '에루샤' 라인으로 대접받는 루이비통의 모기업 LVMH도 정체기로 접어들긴 마찬가지다.
LVMH는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뚜렷한 성장세는 보여주지 못했고 시장 예상치도 밑돌았다.
LVMH도 중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타격이 컸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역에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급감하며 1분기의 매출 하락률 6%보다 더 악화했다.
반면 에르메스는 명품을 향한 소비심리가 냉담해지는 와중에 독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환율 효과를 배제하면 13%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북미 지역에서 매출이 같은 기간 12%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다른 사치품 브랜드가 북미 지역에서 매출 감소나 정체를 겪는 상황과 달리 가장 비싼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오히려 더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선 소득이 높든 낮든 고가 브랜드에 대한 지출을 갈수록 줄이는 추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연 수입 구간을 5만달러 이하와 5만~12만5천달러 사이, 12만5천달러 이상으로 구분했을 때 사치품 소비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뚜렷한 하향 추세다.
연수입이 12만5천달러 이상인 그룹은 2022년 사치품 소비가 1년 전보다 30% 가까이 증가했으나 2023년 들어선 -5% 수준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10% 이상의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소비 감소는 다른 소득 구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추세다.
이는 올해 상반기 미국인들의 소비가 전반적으로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생필품과 거리가 먼 사치품 소비를 강력하게 줄인 여파다.
그러는 와중에도 에르메스만큼은 미국에서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것은 부유층이 확실하게 차별되는 브랜드에만 소비를 집중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Bo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에르메스의 매출 증가율은 럭셔리 산업 전체의 매출 증가율의 100%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사치품 소비자들이 에르메스에 지출한 금액은 다른 모든 사치품 브랜드에 지출한 금액을 합한 것보다 불과 4억유로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에르메스에 쓰는 돈은 다른 모든 사치품 브랜드에 쓰는 돈과 거의 맞먹는다는 뜻이다.
[출처 : 월스트리트저널]
에르메스의 악셀 뒤마 최고경영자(CEO)는 "사치품 시장에서 '고품질로의 도피'가 진행 중"이라며 "미국에서 견고한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다"고 이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제 부유한 소비자들도 어떤 브랜드를 살지에 대해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라는 사치품 산업의 가장 중요한 두 시장에서 중산층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였다는 것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고 이는 고급 브랜드가 소비자 스펙트럼의 양쪽 끝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WSJ은 "에르메스는 부유한 고객 기반과 강력한 가격 책정력, 경쟁사보다 더 회복력이 강한 사업 모델이 배경에 있다"며 "에르메스는 럭셔리 분야에서 가장 성과가 뛰어난 기업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에르메스만 이처럼 독보적인 이유는 소비자들이 핸드백이나 의류보다 보석류처럼 가치가 더 오래 유지되는 분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르메스의 주요 제품군은 시간이 지나도 오히려 그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올해 참담한 실적을 낸 케링그룹 또한 산하 보석류 브랜드인 부셰론과 포멜라토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포트폴리오 중에서 드물게 낙관적인 면모를 보였다.
보석업체 카르띠에를 보유하고 있는 리치몬트그룹 또한 2분기 회사 전체 매출은 패션 브랜드에 수요 악화로 하락했으나 보석 판매만큼은 전년 대비 4% 증가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앞서 내놓은 분석 보고서에서 "에르메스가 향후 몇 년 안에 매출 규모 면에서 루이비통을 능가할 잠재력이 있다"며 "2027년까지 에르메스는 '상징적인' 200억유로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억유로 매출은 루이비통이 2022년 사상 처음으로 달성한 수치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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