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당첨되면 20억원의 시세차익. 최근 나오는 부동산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지난주 로또 당첨금 22억원에 맞먹는 수치이니 틀린 말도 아니다. 게다가 최근 로또 당첨금이 회당 10억원 이하로까지 떨어진 마당이라 10억, 20억원의 시세차익은 부동산에 관심이 없던 국민도 부동산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액수다.
지난 29~30일 진행된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는 전용면적 84㎡ 1가구에 294만4천780명이 몰렸다. 역대 무순위 청약 경쟁률로는 최고다. 이전 경쟁률이 101만대1 이었으니 그 3배를 경신한 셈이다. 시세 차익 10억원이 예상되는 동탄 롯데캐슬은 당첨된다면 수백만 대 일에 해당하는 그야말로 로또 같은 경쟁률을 뚫은 셈이 된다.
해당 청약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시점과 맞물리며 29일 청약홈 홈페이지 마비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다. 한때 청약홈 동시 접속자가 500만명에 달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300만명에 가까운 경쟁률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동탄 롯데 캐슬의 무순위 청약은 19세 성인이면 전 국민 누구나 청약이 가능해 '묻지마 투자'를 불러왔다.
같은 날 진행된 래미안 원펜타스는 현금 10억원을 보유해야 하며 서울 거주 2년이라는 조건이 붙어 경쟁률은 이보다 낮은 평균 527.3대 1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20억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면서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이 나왔다.
한 부동산 카페에는 전매 제한과 대출 조건을 묻는 말에 '일단 넣고 고민하세요'라는 답변이 줄을 이었다. 이는 그대로 역대급 청약 경쟁률로 이어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로또를 구입하는 비용 1천원도 들이지 않고, 10억~20억원의 확정 수익이 예정된 추첨에 누가 뛰어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에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는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강남 일부 아파트의 시세는 평당 1억원을 넘어서며 대다수 서민에게는 넘사벽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최근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수개월 연속 상승하는 가운데, 조만간 금리도 인하될 가능성이 커 불장의 시작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현 시장이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투기 수요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당국이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오히려 투기 심리는 강화되는 모습이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현 시장이 과거 부동산 대세 상승기의 초반으로 해석하기에는 지방과의 양극화가 심해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중심으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단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이거나 분양가 상승에 따른 실수요가 당겨진 것일 뿐, 부동산 투기 분위기의 확산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어제오늘의 청약 열기는 예외적인 경우로 봐야 한다. 다만, 최근 들어 분양 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는 것은 맞다"라며 "공사비 상승으로 서울 시내 재건축이 힘들어지면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강해진 것이 청약 경쟁률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단순하게 봐라. 공사비는 오르고 공급은 부족하다.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가격이 어느 쪽으로 가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실수요로 가격이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투기적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아파트 가격이 걷잡을 수 없게 올라간다"며 "투기 지역 수요가 일어나기 전에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조금 더 서둘러서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를 뒷받침할만한 정책이 나와줄지다. 만약 정부가 공급 정책으로도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한다면,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코스를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이는 왜 전 국민이 강남 아파트를 바라봐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시장이 서울과 강남 주요 아파트 가격이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는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가 집중됐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이면 이동하고, 수 초 만에 정보가 순식간에 공유되는 한국 사회에서 강남을 뇌리에서 배제하고 부동산 시장을 보기란 쉽지 않다. (기업금융부 윤영숙 기자)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청약' 일정이 맞물리면서 청약 홈페이지가 마비된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에 대기자 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4.7.29 k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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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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