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MUCVbPAIjJM]
※ 이 내용은 7월 30일(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김경림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정부가 연초부터 강조해 온 밸류업.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으로, 주로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 확대 등을 강조하는데요. 반년이 지난 지금, 외국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경림 기자] 기업 밸류업프로그램이 정식으로 공표된 게 올해 2월 말입니다. 밸류업프로그램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인데요. 핵심은 상장사가 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공시하고 기업 가치 개선 계획을 공표하도록 권하는 것입니다. 또 우수 기업을 모아서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겠다는 얘기도 나왔죠.
당장 쉽게 선택할 '방법'으로 제안되는 것이 ▲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입니다. 실제 기업의 실적을 좋게 만드는 것보다, 주주들에게 바로 현금이 유입 또는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앵커 멘트] 효과가 좀 있었나요?
일단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코스피는 연초 2,600선에서 지난주 기준 2,700선까지 올랐고요. 하지만 코스닥은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죠. 시장 전체적으로 영향이 있었다, 밸류업이 유효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 동향입니다. 매수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금액만으로 평가해보겠습니다.
다음 표를 보시면, 외국인 투자자의 월별 순매수 흐름이 나타나는데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코스피 및 코스닥 투자금 총액입니다.
연초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해서 보도가 슬슬 나오던 시점이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2월에 엄청난 규모로 순매수를 합니다 코스피에서만 약 7조8천억원을 사들이는데요. 이 때문에 1분기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수 강도는 점점 줄어듭니다. 3월에는 4조5천억원, 4월에는 3조4천억원으로 줄어듭니다. 5월에는 아예 1조3천억원 순매도로 돌아서고요. 'Sell in May', 즉 '5월엔 팔아라'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반기로 진입해도 매수 강도는 상당히 약해집니다.
[앵커 멘트] 그래도 이른바 '밸류업' 수혜주는 좀 더 관심을 받은 게 아닌가요?
종목별로 보면, 밸류업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더욱 의문이 듭니다.
밸류업이 발표된 2월 외국인 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보유 금액은 722조원, 5월까지는 745조원 수준입니다. 약 23조원이 늘어난 거죠. 앞으로 드릴 설명은 다 이 기간을 기준으로 합니다.
여튼 중요한 건, 이런 외국인의 매수가 개별 밸류업 종목보다는 증시, 즉 코스피 지수 자체에 집중됐다는 것입니다.
이런 매매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점이 바로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상장지수펀드는 코스피200 종목을 기준으로 '통'으로 사들이는 매매인데요. 즉, K-200지수에 들어가 있는 종목을 그대로 사들이는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비교 기간인 2월초 이후 5월31일까지 ETF 순매수인데요. 이 기간 외국인의 ETF 순매수 금액은 총 9조원에 육박합니다. 총투자금의 절반가량을 지수 투자에 썼다는 얘기죠.
개별 종목으로 봐도 이런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연초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1위가 현대차, 2위와 3위가 각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입니다.
좀 더 하위 종목들을 보더라도, '밸류업 수혜'라고 볼만한 종목이 있는지는 의문인데요.
기껏해야 지난해부터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삼성물산' 또는 금융지주사인 'KB금융'이나 '우리금융지주' 정도가 눈에 띕니다.
정리하자면, '밸류업'은 아직 너무 시작 단계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이끄는 주요 동인이다라고 말하긴 어렵다는 겁니다.
[앵커멘트] 그럼 국내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은 어땠을까요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종목을 보면, 정부 밸류업 정책에 기민하게 반응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분석 기간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 10개 중 7곳이 지주사 또는 지주사에 준하는 성격을 가진 곳입니다. 개별 종목을 언급하자면, 신한지주, 셀트리온, 현대차, 포스코홀딩스, 삼성생명, 에코프로비엠 등인데요. 종목 수를 20개로 넓히면 메리츠금융지주나 KB금융, LG 등 다른 지주사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앵커멘트]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욱 K-디스카운트 해소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유라도 있을까요.
영국의 의결권 자문사인 '스퀘어웰파트너스'는 최근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재벌 총수 일가의 지나친 지배력과 국민연금기금의 비합리적 의사 결정이라고 지목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스퀘어웰 파트너스는 먼저 지배주주가 가장 큰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가장 고질적인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스퀘어웰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64%가 주요 주주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소수의 총수 일가 또는 특수관계인 등이 기업을 지배하는 형태가 조사 대상 기업의 64%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27%는 기관투자자 등 주요 주주, 그리고 오직 9%만이 소액주주에게 소유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들이 일반 주주로부터 보호적인 태도를 취하기 쉽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외부 영향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의 합병안이죠. 이미 여러차례 언론에서 보도됐기 때문에 간단히만 말씀드리면.
기업 간 합병 시, 현행 자본시장법은 주식의 시가가 아닌 '자산과 수익성' 등을 고려해 기업 합병 가치를 매기도록 합니다. 이 때문에 기업 가치와 관계 없이 주가가 높은 기업이 낮은 기업을 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했는데요. 두산그룹의 사례 경우엔, 박정원 총수 일가가 ㈜두산과 두산로보틱스를 통해 알짜 기업인 두산밥캣의 지분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본시장법의 맹점 때문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당시 합병 비율은 1대 0.35로 결정되면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고 검찰 수사까지 진행됐죠.
[앵커 멘트] 결국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한다는, 어쩌면 오래된 주장일 수도 있겠는데요. 또 다른 시각은 없습니까.
국민연금이 제대로 주주 이익을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국민연금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책임투자'를 강조해왔는데요.
지난 2015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관련 지침을 만든 바 있습니다. 국내 기관투자자로서는 선도적인 도입이었습니다. 이어 2019년에는 자체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고 투자의 한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주주 이익을 대변해 진행된 주주행동은 2009년 이후 총 4건에 불과합니다. 2019년 남양유업의 배당 확대와 정관 변경, 그리고 대한항공의 지배구조 개편과 최고경영자(CEO) 관련 안건 등이 대표적 사례고요. 가장 최근에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KT와 포스코홀딩스의 CEO 선임 안건에 반대한 바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제작
국민연금의 주주행동주의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보다 굵직한 사건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편을 들어온 게 아닐까 싶은데요.
잘 알려진 사건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건이죠. 또 올해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고요.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 관련을 요구하는 외국계 헤지펀드의 주주제안에 반대하기도 했죠.
당시 영국의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CLIM)을 비롯해 미국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리 등은 삼성물산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이사회에 송부했는데요. 사실 이들의 주주제안은 정기 주주총회 안건까지오르고, 소액주주 다수의 지지를 받았으나 국민연금 및 지배주주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습니다.
(연합인포맥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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