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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업공시가 두려운 한국 주주들

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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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수많은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을 떠났고, 남은 저는 '기업공시 공포증'이라는 몹쓸 직업병에 걸렸습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한 거버넌스 관련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후진적 기업 거버넌스로 인해 가치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한국 주식시장을 향한 탄식이다.

일반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기업공시는 예고 없이 등장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먼저 '계열사 간 합병'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손자회사까지 이중·삼중 상장이 흔한 한국에서는 지배주주의 의지에 따라 상장된 계열사끼리, 혹은 상장사와 비상장사 사이에 합병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독립적인 이사회가 각 사 주주의 이익을 위해 합병을 결정하고, 최선을 다해 합병비율을 협상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상장사 간 합병은 합병가액을 시가로 정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협상의 여지 자체도 많지 않다.

다음은 '쪼개기 상장'이다.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만든 뒤, 이 회사를 증시에 상장하는 수법이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지배력 감소를 최소화하면서 사업에 필요한 자본성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대로 모회사 일반주주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물적분할 자체로는 폭발력이 없지만, 이를 상장시키는 순간 뇌관을 건드리게 된다.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는 공시는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다.

본질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려는 가치투자자의 최대 적이다.

기존 최대주주 혹은 외부 투자자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해도, 공개매수자가 전체 지분의 3분의 2 이상만 확보할 수 있다면 소액주주를 쫓아낼 수 있다. 상법에 규정된 주식의 포괄적 교환 덕분이다.

한국의 투자자는 언제 어떤 공시가 나의 지갑을 위협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를 위해 한국 주식 투자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사명임을 생각하면 과히 틀린 말도 아닌 듯하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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