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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오피스] "강남 수요 넘어온다"…'한국의 브루클린' 성수

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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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테크 기업, 판교 이어 성수로

고유의 지역성에 패션·문화 기업도 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서울 오피스 시장이 강남을 중심으로 견조한 가운데 투자자의 눈길이 성수동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며 패션·유통 기업을 끌어들이는 데다, 정보통신(IT) 기업이 몰린 강남을 보조할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2일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도심업무권역(CBD)·여의도업무권역(YBD)·강남업무권역(GBD)에서 오피스 거래가가 평당 3천448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3천110만 원 대비로 11% 가량 상승한 가격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오피스 시장이 얼어붙은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 오피스 시장 내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올해 아시아 오피스 시장에서 시그니처 딜로 꼽힐 GBD 랜드마크 더 에셋의 주인은 코람코자산신탁에서 삼성SRA자산운용으로 바뀔 전망이다. 양측은 거래가 1조 이상으로 예상되는 더에셋 매매 관련 양해각서(MOU)를 지난달 체결했다.

부동산 자문사 관계자는 강남 지역 거래 활성화와 관련해 "을지로 또는 마곡 지역에서의 오피스 공급이 예상되는 도심과 여의도와는 달리 가까운 시일 내로 강남을 대체할 지역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GBD 공실률은 2.4%로, 3.2%인 CBD와 YBD보다 0.8%포인트나 낮다.

◇ 강남 오피스 수요, 성수로 넘어오나

이지스자산운용의 3세대 오피스 팩토리얼 성수

강남 지역 오피스 수요를 뒷받침하는 주요 업종은 정보통신(IT)이다. 유능한 개발자를 잡아두려면 IT 기업 생태계가 조성된 강남에서 오피스 공간을 구해야 한다는 게 스타트업 관계자의 전언이다.

강남과 가까운 성수동은 앞으로 강남을 보조할 지역으로 꼽힌다. 2호선 강남역에서 2호선 성수역까지는 지하철로 20분 거리다. 분당·판교 업무지구는 30분 내로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와의 접근성의 뛰어나다는 평가다.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성수에 오피스를 공급하면 강남 수요가 넘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가 강남 대체지로 떠오른 것처럼 CBD·YBD를 선호하지 않는 테크 기업이 성수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IT 기업 대표와 이야기를 해보면 성수동까지가 마지막이라고 말한다"며 "IT 기업은 CBD 지역으로는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체투자업계에선 이러한 수요를 겨냥해 성수 오피스 시장에서 개발과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대체투자 전문회사인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은 총 사업비 2천500억 원 규모의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위축에도 공제회·보험사·캐피탈 등이 자금조달에 참여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무신사 캠퍼스 E1에 이어 삼원PFV의 오피스 개발 건을 3천600억 원가량에 선매입하며 성수 오피스 시장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2월 3세대 오피스 '팩토리얼 성수' 준공을 마쳤다. 타미(Tech·Ad·Media·Information) 기업 임차 수요를 노린 이 자산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테크 레디(Tech Ready)' 컨셉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 내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2027년에는 성수 오피스 시장에서 약 6만5천 평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가 공급될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게임사 크래프톤과 손잡고 개발하는 업무문화복합시설이다.

◇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독특한 신흥업무권역"

성동구 성수동의 한 팝업스토어

성수 지역은 '강남의 서브'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정체성도 가지고 있다. 과거 신발 공장이 밀집했던 공업지역이 2010년대 초반부터 문화의 공간으로 변화하면서다.

오래된 공장을 개조한 카페·편집샵 등이 성수동 특유의 상권과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고, 트렌드에 민감한 패선회사와 연예기획사의 임차지로 성수동이 떠올랐다. 성수동이 낡은 공장지대에서 문화예술 중심지로 거듭난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 빗대어지는 배경이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성수 오피스 시장에서 가장 큰 임차 수요를 보이는 업종은 IT가 아니라 패션·뷰티와 엔터·콘텐츠다. 대표적인 입주기업으로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와 유통기업 CJ올리브영 등이 손꼽힌다.

알스퀘어는 "성수권역은 GBD의 서브 권역으로 성장했으나 현재는 대안 임차지의 개념이 아니다"라며 "성수만이 가진 독창적이고 독특한 개성과 문화에 대한 니즈가 있는 크리에이티브 기업의 수요가 뒷받침하는 신흥 업무권역으로 부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트렌디한 문화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성수는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가 찾는 팝업의 성지로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까르띠에·루이비통·디올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이 올해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며 젊은 층을 겨냥한 이색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서울시는 IT·문화 기업이 몰리는 성수동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근처로 국한한 '성수개발진흥지구'를 서울숲과 성수전략정비구역에 이르는 성수 준공업지역 전체로 확대해 성수동 일대를 IT·디자인·미디어 기업이 들어선 업무지구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성수동은 차별화된 컨셉과 정체성을 가진 공간"이라며 "트렌드에 민감하고 고객 접근성을 중요하게 보는 패션·엔터·IT 기업 중심의 임차 수요가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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