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 등 위험 자산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의 움직임에 둔감한 편이지만, 최근의 위험 자산이 침체 공포에 영향을 받고 있고, 부동산 가격이 실물 경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침체 공포를 '강 건너 불'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꿈틀대면서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을 준비 중인 시점이라 침체 공포에 더해 공급 확대로 양극화하는 최근 흐름이 심화할지 아니면 시장이 전체적으로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됐다.
◇ 이벤트성 침체엔 일시 하락…영향 없는 경우도
6일 연합인포맥스의 매크로 차트(화면번호 8888)에 따르면 과거 우리 경제가 침체에 직면했을 때, 즉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던 때는 크게 IMF 경제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의 코로나19 위기 때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두세차례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때가 있었으나 일회성에 그쳐 과거 실물 경기에 상당한 타격을 준 침체는 이벤트성이 강한 침체로 양상은 대체로 깊고 짧았다.
그림설명: 분기 GDP 성장률(분홍색바)과 기준금리(검은선), KB 주택매매가격지수(파란색선). [출처: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화면번호 8888)]
IMF 위기 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주택 가격이 일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부 충격에 자산 시장이 얼어붙고 성장률도 크게 하락하면서 전분기 대비 변화율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위기 때는 큰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해당 기간에는 정부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이다, 금리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이후에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의 1년 뒤에 시차를 두고 하락한 셈이다.
이는 주택 가격에는 경기 침체 이외에도 금리 등 다른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뒷받침했다.
그림설명: 분기 GDP 성장률(분홍색바)과 KB 주택매매가격지수 전기비 증감.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출처: 화면번호 8888)]
무엇보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추세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 침체가 가격을 역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거시 경제적 상황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며 "거시 변수의 변화는 주택시장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돼 당장은 어떻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에는 "경기와 금리, 수급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며 "경기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당장의 침체 위험이 부동산 가격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침체가 발생하면 이론적으로 가격이 영향을 받고, 금리가 내려가면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의 차입 부담을 낮춰 수요를 늘릴 수 있다"면서도 "금리 하락이 침체로 인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이 돈을 못 벌고,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담보 물건이 경매로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금융위기 때처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이벤트성 위험이 터진다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매매 주체가 관망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위험은 시장 영향이 크지 않다"며 "이벤트성에 따른 매매 주체의 관망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IMF 때 집값이 크게 하락했으나 다시 올랐고, 서브 프라임 위기 당시에도 가격이 내려갔으나 다시 올라갔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R 공포+ 공급정책 임박에 변곡점 맞나
주택 가격은 최근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방은 미분양에 여전히 시달리면서 양극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다섯째 주(지난달 2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8% 상승하며 19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지방은 0.02% 내리며 반대 흐름을 보였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6월 기준 7천건을 넘어서며 2020년 1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으나 지방은 6월 기준 한 달 만에 미분양 물량이 1천618호가량 증가하는 등 미분양 적체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와 공사비 인상 등에 침체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서울 등 일부 지역의 회복세가 어느새 불장의 초입이라는 분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공급 정책을 기다려봐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계속 주는 것이 틀린 방향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덕례 선임 연구위원은 "공급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공급을 지속해서 해나가겠다는 시그널을 준다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세부 정책은 나와봐야 알겠지만, 공급은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해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책을 지속해나간다면 주택가격의 변동성은 줄어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공급 정책의 수준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서울과 지방과의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작년이나 올해 수준으로 계속 정책 금융을 풀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누적된 수요가 진정이 되면 지금과 같은 가격 상승세는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이라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서울은 올라가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무주택자, 실수요자, 신생아 특례 대상자 등으로 2~3년간 가격을 끌고 갈 수 있을 만큼 수요가 더 폭발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 서울과 그 외 지역 간의 격차가 심화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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