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지난 5일 아시아 증시를 덮쳤다. 국내 증시와 대만 증시가 8%대 낙폭을 보였고 일본 증시는 무려 12%나 하락했다. 그동안 기대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확실하게 촉발할 수 있는 부진한 고용지표가 나오자 아시아 증시는 오히려 폭락으로 반응했다.
국내 자산시장의 양대 축을 이루는 증시 충격을 바라보며 다른 한 축인 부동산 시장과 연관해 이달 중 나올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이 떠올랐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공급 위축 우려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서울 아파트의 쉼 없는 전셋값 상승, 일부 선호 지역의 매매가격 상승,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청약 과열 등을 지켜보다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주택시장의 근본적 요인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장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공급 확대 대책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주택시장 지표 두 가지를 살펴보자.
아파트 분양 뒤 3~6개월 내 계약이 체결된 비율을 가리키는 평균 초기분양률 지표는 올해 2분기 들어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수도권에서도 인천을 제외한 서울, 경기가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지방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부산은 초기분양률 3.3%라는 처참한 실적을 내놓았다.
[출처: 주택도시보증공사]
미분양주택은 어떤가. 한때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렸던 대구는 1년의 공급 공백 속에서 그 지위를 경기도에 넘겼다. 경기도는 1만호에 육박하는 미분양주택을 보유한 최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됐다. 그런 경기도에는 하반기 풍성한 분양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경기도는 올해 하반기 6만2천여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됐다. 2분기 기준 경기도의 초기분양률이 66.8%였으니 기계적으로 대입하면 2만가구 남짓한 미분양 주택이 올해 하반기 추가될 수 있다.
정부가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 중심의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파트 10가구를 분양하면 1가구도 분양이 안 되는 처참한 부산의 현실은 물론이고 미분양 1위 지역으로 등극한 경기도의 주택시장 상황도 더욱 악화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출처: 국토교통부]
지금의 시장 불안이 과연 공급부족에서 비롯된 것인가. 정부는 여러 차례 공급부족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전세 사기 여파로 비아파트에서 옮겨온 수요가 작용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 확대가 아니라 사기 등 악의적인 임대인으로부터 안전한 주거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통한 주거 안전판 마련이다.
증시에 큰 충격을 던진 지난 5일을 기점으로 시장심리도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정책 당국도 이전까지의 논리와 자료로 준비했던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어떨까. 예고했던 8월을 넘긴다면 당국의 체면은 다소 손상되겠지만, 그렇다고 시장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총부채상환비율(DSR) 2단계 정책이 시행되는 9월 이후까지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 어떨까. 무엇이 현시점에서 올바른 대책인지 고민하고 숙고하는 당국을 기대한다. (기업금융부 남승표 기자)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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