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닷컴버블이 붕괴했던 2000년, 투자자의 항의 전화를 받으며 목숨보다 중요한 돈의 가치를 알게 됐습니다. 때때로 후배 펀드 매니저를 다그치는데, 목숨보다 중요한 돈에 대한 책임감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는 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운용역의 소명과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30여년간 스타 매니저이자 자산운용사 경영자로서 다져온 철학을 새롭게 출범한 하나자산운용에서도 실현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 월가 꿈꾸던 학생에서 스타 매니저로
우리나라 자산운용업계에서 손꼽히는 실력자 중 하나인 김태우 대표는 연세대 재학 시절부터 펀드 매니저를 꿈꿨다. 87년도 개봉작 영화 '월스트리트'의 장면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취업을 준비하던 1990년대 초반, 1,000포인트를 웃돌던 코스피는 반 토막이 났다. 당시 3대 투자신탁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지 않을 정도로 시황이 나빴지만, 김 대표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1993년에 하나은행에 입행한 김 대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행 내 공모를 통과하며 펀드 매니저의 기회를 잡았다. 이후 2000년 1월까지 하나은행에서 재직하며 운용역의 길을 걸었다.
"1998년에 뉴욕·런던·싱가포르·홍콩·에든버러 등 10개 도시로 NDR(로드쇼)을 나갔습니다. 전 세계 40여 곳 주요 투자자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며 처음 목표했던 월스트리트의 모습을 직접 경험했죠. 훗날 글로벌 운용사에서 근무하겠다는 목표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2000년 1월, 김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0년대 후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박현주 펀드'를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고의 자산운용사에서 그동안 다져올 실력을 발휘할 기회였다.
하지만 이직한 직후 닷컴버블이 터졌고, 1,000포인트를 웃돌았던 코스피는 1년 만에 다시 500포인트 수준으로 굴러떨어졌다. 숱한 고객의 항의를 받으며 '목숨보다 중요한 돈의 가치'를 깨달았던 시기였다.
한층 더 성장하게 된 김 대표는 이후 '스타 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회사 간판 펀드인 '디스커버리'를 본인 이름으로 출시해 3년 연속 주식형 펀드 전체 1위, '인디펜던스'와 더불어 3년 연속 운용사 전체 1위를 하면서 완벽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부흥을 이끌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핵심 매니저로 활약하던 김 대표는 2004년 5월 글로벌 운용사인 피델리티자산운용으로 떠났다. 회사의 만류도 글로벌 기관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막을 수 없었다.
2014년 12월까지 피델리티자산운용에서 한국 주식투자 부문 대표를 맡으며 익힌 선진적인 시스템은 스타 매니저를 넘어 경영인으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었다. 김 대표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다올자산운용(옛 KTB자산운용)의 대표를 맡으며 조직 리빌딩에 성공했다.
"대표로 처음 부임했을 때 KTB자산운용은 수백억대 투자 손실 배상으로 위기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임직원의 자존감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죠. 그런데도 임기 8년 중 초반 2년간 리빌딩에 힘썼고, 이후 6년 동안 19개의 상을 타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 하나운용 초대 CEO로 부임…"그룹과 시너지"
경영인으로서 자산운용사 '체질 개선'에 성공한 김 대표는 하나자산운용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UBS자산운용으로 알려졌던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새롭게 간판을 달았다. 하나금융그룹이 스위스계 UBS와 결별하면서다.
김태우호 하나자산운용은 빠르게 재정비를 끝내고 있다. 인사와 조직을 정비하면서 다올자산운용에서 호흡을 맞췄던 글로벌 자산배분 전문가 권정훈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영입했고, 채권운용·글로벌멀티에셋운용·마케팅 인력을 보강했다.
고객의 재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운용 회의체도 새롭게 정비했고, 고객에게 더욱 큰 가치를 안기는 직원에게 더욱 큰 보상을 한다는 원칙에 따라 새로운 성과급 제도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하나자산운용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나자산운용만의 강점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볼륨을 키우고, 하나금융그룹 내 계열사로서 시너지를 낼 우수한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자산운용은 머니마켓펀드(MMF) 업계 1위입니다. 지난 7년간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습니다. MMF는 고객이 작은 수익률 차이를 민감하게 느끼고, 갈아타기도 쉬워 1위를 수성해온 게 고무적입니다."
하나자산운용은 단기채권 운용에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 4월 MMF ETF를 새롭게 출시했다. ETF 브랜드도 기존의 KTOP에서 '1Q'로 리브랜딩하는 등 채권형 ETF를 통해 ETF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도 김태우호 하나자산운용의 주력 상품이다. 김 대표는 다올자산운용 시절부터 공모주 하이일드(고수익 채권)의 대가였다. 금융당국에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도 제안하며 하이일드 채권시장의 발전에 힘써왔다. 주식시장 변동성과 상관없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를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고객에게 전하며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퇴직연금상품도 그룹과 시너지를 낼 아이템이다. 하나자산운용의 타깃데이트펀드(TDF)·OCIO(외부위탁운용관리)·IRP(개인형퇴직연금)를 하나은행에 공급해 퇴직연금상품을 내재화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손에 꼽히는 퇴직연금사업이지만, 주력 상품을 다른 운용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내부 회의 때 현대자동차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초기에는 일본 미쓰비시 엔진을 쓰다가 훗날 엔진 내재화에 성공했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의 엔진이 될 핵심 상품을 공급하는 게 하나자산운용의 목표입니다."
김 대표는 퇴직연금과 관련해 강점인 해외주식형 EMP(ETF Managed Portforlio) 운용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수준인 2조 원 규모의 글로벌 주식형 EMP를 운용 중이다. 글로벌 협업 관계도 구축해 글로벌 채권·멀티에셋 EMP 운용 역량도 키워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훌륭한 펀드 매니저가 가져야 할 자질로 유연한 소신(Flexible Conviction)을 꼽았다.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이 제시한 펀드 매니저의 12가지 자질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앤서니 볼턴이 중시한 투명성(Integrity) 역시 자산운용사 임직원이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앤서니 볼턴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투자자입니다. 흥미롭게도 그가 제시한 좋은 펀드 매니저의 12가지 자질은 하나금융그룹의 핵심 가치인 열정·열린마음·손님우선·전문성·존중과 배려·정직과 성실 등과 일맥상통합니다. 앞으로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다운 회사가 되도록 하나자산운용을 이끌 계획입니다."
ytseo@yna.co.kr
서영태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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