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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사면초가 한은…우군이 필요하다

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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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코너에 몰렸다.

한은이 통화정책 선회의 조건으로 내건 수도권 부동산 시장 진정은 아직 요원한데 경기 침체 우려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은 점점 강하게 다가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은 강도를 더해간다. 이에 따라 국내금융 시장은 한은을 '패싱'하고 움직이는 수준이다.

자칫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다. 그렇다고 한은에만 '솔로몬의 해법'을 찾으라 할 상황도 아니다. 부동산 정책 키를 쥔 정부가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26% 올랐다. 지난 3월 넷째 주 이후 20주 연속 오르는 등 심상치 않은 상승세다. 지난 정부 부동산 가격 폭등 기억이 소환되면서, 이른바 '영끌' 움직임도 되살아났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올해 상반기 20조5천억 원 급증했다. 지난 202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나치게 높은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막대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갉아먹는 종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를 두고 "나라 망하는 길"이라는 극단적 경고도 내놨다.

그런만큼 한은도 전례가 없던 행보를 보였다. 지난 7월 금통위에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 '수도권 주택가격'을 사상 처음으로 명시했다. 금리를 내리려면 부동산 및 부채 문제의 안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현재 상황은 이런 결기가 오히려 독이 된 모양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는 확실시되고 있다. 금융시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빅컷(50bp)' 인하까지 반영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은 강도를 더해간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점이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제는 금리를 내려달라는 요청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직설적이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은이 이미 실기했으며, 8월에는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금융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다소 반등하기는 했지만, 한때 2.8%까지 내렸다. 기준금리 3차례 인하를 이미 반영한 수준이다. 심지어 회사채 AA- 등급 민평금리도 기준금리보다 낮다. 금융시장의 가격지표가 한은의 커뮤니케이션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연준이라는 항공모함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전례 없다.

한은 '패싱'은 과언이 아니다. 시장 참가자들도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대외 여건도 국내 금융시장 상황도,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의 동향까지 온통 '매파 커뮤니케이션'을 선택한 한은을 곤혹스럽게 하는 요인뿐인 셈이다.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결국 이런 상황을 초래한 부동산 문제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전일 공급확대를 바탕으로 한 '8.8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공급 확대 신호를 통해 수요자들의 포모(FOMO)는 우선 진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수요를 누그러뜨리는 데 더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금융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9월 실시될 예정인 스트레스DSR 2단계 등의 효과를 봐가면서 추가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단호한 접근이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각종 정책대출과 대출규제완화 등 지금까지의 금융정책이 난국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다. 뜬금없었던 스트레스DSR 2단계 적용 연기 결정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 7월 회의에서 "고금리 기간 중 경제의 디레버리징을 과감히 이루어내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면서 "이는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고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주어진 시간에 숙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만큼 우리 통화정책의 앞길은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 긴축 강도를 낮추면서 부동산과 대출을 자극하지 않는 묘기를 선보여야 한다. 대출 억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경한 의지와 실질적인 대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 F4

연합뉴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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