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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땅 '그린벨트'…12년만에 해제하는 이유는

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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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내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정부가 12년 만에 서울시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꺼내든 표현은 '미래 세대를 위한 공급 여력 확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표현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시절 누누이 언급해왔던 '미래 세대를 위해 지켜야 할 도시의 허파 혹은 보물'이라는 표현과 오버랩된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공급 여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급을 늘리겠다"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하겠다고 한 규모는 8만호이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데 따른 방증이자, 정부가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공급 이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과 세제를 건드려 수요를 억제하는 카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세제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안을 고쳐야 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금융은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려 섣불리 손대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공급으로 가격 상승세를 억제해야 하지만, 서울에 당장 공급할 땅이 많지 않다는 점은 현 가격 오름세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는 공급을 확대할 땅을 일단 확보하는 것이다.

당국은 그린벨트 해제가 당장에 공급 효과는 없더라도 미래의 실수요가 앞당겨져 가격 상승을 촉진하는 효과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진 차관은 "해당 주택이 서울에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면 구입 계획이 없던 이들이 사전에 주택을 사는 수요를 억제할 수 있고, 충분히 공급되면 오히려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토부도 전날 발표한 질의응답 자료에서 "주택공급 대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약간의 시차가 있겠지만, 대책의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이행해 충분한 주택공급에 대한 확신을 부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분한 공급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사람들이 서둘러 집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땅을, 미래 세대가 태어날 집으로 바꾸자는 인식도 그린벨트 해제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 차관은 그린벨트 해제 배경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청년 신혼부부를 위해 신규 택지를 이들에게 많이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와의 협의 과정에서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Ⅱ'(시프트2)를 많이 공급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진 차관은 "서울시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반영하겠다"고 언급해 사용처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의견을 따를 것을 시사했다.

오세훈 서울 시장도 이 같은 점을 확인했다.

그는 전날 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에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미래 세대의 주거 마련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피치 못할 선택이 됐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에 짓는 공공주택 대부분은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Ⅱ'인 '신혼 20년 전세 자가주택'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서 거론되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지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당 일대 등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린벨트가 해제되더라도 입주까지는 통상 8~10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번 그린벨트 해제가 미래의 실수요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해당 물량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는 강북보다 강남 쪽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 물량으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울 전역으로 파급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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