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인센티브에 자국 기업은 물론 삼성·TSMC도 대거 투자
美·日처럼 보조금 지급 이뤄질까…"국민 공감대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북미 대륙으로 끌어들인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이 시행 2주년을 맞았다.
삼성전자[005930]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거인들은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막대한 인센티브에 반응해 대규모 투자를 속속 발표했다.
이에 한국도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출처: 삼성전자]
◇ 美 반도체법 2년…"민간 투자 4천500억달러 유치"
12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존 뉴퍼 SIA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현지시간) 반도체법 시행 2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반도체법은 미국을 반도체 제조와 연구에 있어 더욱 비용 경쟁력 있는 곳으로 만든 대담하고 초당적인 베팅이었다"며 "베팅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법은 지난 2022년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시행됐다.
반도체법의 핵심은 비용 지원이다. 주된 내용은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등에 지급하는 527억달러(약 72조원)의 지원금과 첨단 시설 및 장비 투자에 대한 25% 세액공제다.
뉴퍼 CEO는 "반도체법이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반도체 기업들은 25개 주에 걸쳐 80개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며 "민간 투자 규모는 4천500억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각각 수백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예고한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글로벌파운드리 등 자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한국과 대만 업체의 투자도 빨아들였다.
TSMC는 지난 4월 애리조나주에 세 번째 팹(생산공장)을 짓겠다고 밝히며 총 투자 금액을 650억달러로 늘렸다. 삼성전자도 같은 달 텍사스주 투자 규모를 기존 170억달러에서 45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반도체법에 따라 최대 66억달러, 64억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4월 인디애나주에 39억달러를 들여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달 초 4억5천만달러의 보조금을 확보했다.
이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강력한 인센티브에 힘입어 비용 부담이 낮아지자 미국 투자를 결정했다.
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책 당국이 고려해야 할 다섯 가지 요소는 ▲ 투자와 운영 비용 ▲ 인력 ▲ 인프라 ▲ 규제 환경 ▲ 통합된 생태계다.
특히 R&D와 설비투자(CAPEX)가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비용은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에 있어 첫손에 꼽히는 요소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첨단 반도체 팹 하나를 건설하는 데 20조원가량이 든다며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미국과 일본처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 "반도체 지원에 국민적 공감대 필요"
SIA와 BCG에 따르면 미국이 전 세계 10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0%에서 2032년 28%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비중은 31%에서 9%까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앞으로 수년 안에 정부와 업계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칩 워'에 대응해 최근 반도체 업계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산업은행을 통한 17조원의 저리대출과 1조1천억원 이상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 등 금융 지원, R&D·투자 세액공제 3년 연장 등 세제 지원을 포함한다.
아울러 R&D 및 인력 양성 지원 확대와 용인 국가산단 신속 진행 등 재정 및 인프라 지원도 병행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방안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동시에 보조금 지급과 같이 한층 과감한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은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각각 최대 15%, 25%씩, 총 40%를 지원한다"며 "한국은 15% 세액공제밖에 없으니 원가 경쟁력과 이익률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여당과 야당 모두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은 보조금 지급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고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직접 보조금 지원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며 "좀 더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도체 특별법과 함께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반도체 R&D와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전무는 "정부의 세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 지원에)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정부]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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