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달 초 서울 여의도에서 국토교통부는 진현환 국토부 1차관 주재로 '주택공급 점검 회의'를 열었다. 7월 첫 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전주 대비 0.20% 올라 2021년 9월 셋째 주 이후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던 때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15주 연속, 서울의 전셋값 상승세는 59주 연속 이어지자, 당국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전문가들을 불러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 회의는 비공개였고, 회의 이후 국토부 당국자들이 기자들과 만나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만 내준 회의였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들은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생아 특례 대출 등 정책 금융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이에 대한 국토부의 의견을 물었다.
이때 국토부는 신생아 특례 대출은 출산 가구에 국한된 데다 9억원 이하 등 특정 가격 아파트에 적용돼 현재 가격이 오르는 지역의 매매가격과 비교하면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진단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금융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상 주택이 9억원 이하라 그렇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모두 일례로 신생아 출산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한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의 담보 주택 평가액이 9억원 이하인 점을 언급한 것이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이 서울의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처럼 보이며, 20억~30억원대의 아파트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은 일견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기자들이 질의한 정책 금융은 비단 신생아 대출만을 꼬집은 게 아니다.
서민들의 주택 구매를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이나 전세금을 지원하는 버팀목 대출 등 정책 금융 전반에 대한 우려였다. 당시에 이미 정책 금융이 유동성을 확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때였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설명대로 신생아 대출 대상 주택이 9억원 이하이고, 현재 거래되는 매매가 주택과 거리가 있다며 분리해 생각한다면, 주택의 평가액이 5억원(신혼가구 및 2자녀 이상은 6억원) 이하 주택에 국한된 디딤돌 대출이나 최대 4억원 이하의 임차 보증금에 대해 지원해주는 버팀목 대출이 증가하며 주택 시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다는 지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날 한국은행은 가계 대출을 설명하는 자료를 내놓으면서 가계 대출 증가 배경으로 "5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늘어난 아파트 등 주택매매 거래가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실행으로 이어졌다"며 "대출금리 하락과 지속적인 정책대출 공급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스스로도 최근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 금리를 최대 0.4%P 인상하면서 "그간 기금 대출금리와 시중금리 간 과도한 차이가 최근 주택 정책 금융의 빠른 증가세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고, 이로 인해 주택시장과 가계부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발표한 '7월 중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서 "가계대출이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정책성 대출과 은행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 8월에도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거래 증가 및 휴가철 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될 우려가 큰 만큼 높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주택담보대출은 29조원가량이 늘었으며, 같은 기간 주택도시기금 대출은 22조원 이상 늘었다. 주택도시기금 대출은 주담대의 76% 수준이다. 주택도시기금 대출의 상당액은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대출로 이뤄진다.
국토부가 9억원을 외치는 동안 간과한 것 중 하나는 부동산이 심리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내일의 가격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심리가 한쪽으로 기울면 "추세적인 상승으로 보이지 않는다"와 같은 전망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전망과 연초 주택 공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결합한 가운데, 당국의 저금리 정책 대출은 '빚내서 집 사라'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것이 비록 9억원 이하 아파트일지라도 시장 전반의 심리는 유동성 완화 쪽으로 기운 터였다. 심리가 쏠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7월 초 15주 연속 올랐던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8월 첫 주에도 0.26% 오르며 20주 연속 올랐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 중 51.7%는 종전 거래 가격과 비교해 가격이 올라 거래된 상승 거래였으며, 자치구별 상승 거래 비중이 50%를 웃돈 곳도 5월 4개, 6월 14개, 7월 17개로 서울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 주택 가격 오름세가 '금융장세'의 성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정책 금융의 영향만을 쏙 배제하는 화법이 계속된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해 정책금융이 이러한 금융장세를 부추길 경우 국토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기업금융부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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