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sYGJgmbSjO0]
※ 이 내용은 8월 14일(수)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김학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이민재)
[이민재 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항소심이 다음 달 본격적으로 막을 올립니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한 데 따른 것인데요. 2심의 쟁점과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사건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김학성 기자]
이번 사건은 2020년 9월 검찰이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고위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이재용 회장이 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해 부당합병과 분식회계를 실행해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을 위반하고,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당합병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인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도 결국 이 합병과 연관돼 있습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기소 후 3년여 만인 지난 2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같은 달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이후 2심 재판부는 5월과 7월 한 차례씩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검사와 변호인 사이의 쟁점과 증거를 정리했고요. 다음 달 30일에 첫 정식 공판을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최대 재벌의 총수를 기소했는데 무죄 판결이 나와서 검찰이 자존심을 많이 구겼을 것 같습니다. 2심에서는 검찰이 전략을 다소 바꿀 예정이라고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무죄 판결은 검찰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심 무죄율은 0.92%였는데요. 100번 기소하면 1번 무죄가 나올까 말까 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많긴 하지만,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재용 회장의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니,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반전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9월30일 첫 공판기일을 시작으로 11월25일까지 2주 간격으로 총 다섯 차례 공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때마다 위법 수집 증거와 회계부정, 부당합병 의혹 등 각 주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는데요.
1심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보다 먼저 다루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검찰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1심 때는 부당합병, 즉 자본시장법 위반 내용을 먼저 진행하고, 비교적 전문적인 회계 기준을 판단해야 하는 외부감사법 관련 내용을 나중에 진행했는데요. 앞서 항소심 공판준비기일 때 검사 측은 1심 당시 시간상 문제로 후반부에 다룬 외감법 위반과 관련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해 재판부 설득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1심에서 부당합병 혐의를 입증하는 데 집중했지만 유죄 판단을 끌어내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분식회계 혐의를 보다 강조해 판결을 뒤집겠다는 전략입니다.
[앵커]
검찰이 증거 보강에도 나섰다고요.
[기자]
검찰은 1심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증거들을 보강하는 데도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서버와 휴대전화 등 증거들이 대거 증거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 1심 무죄 판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3천700여개 증거에 대해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것이라며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검찰이 지난 2019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바닥에서 확보한 서버와 외장하드, 업무용 PC 등에 대해서도 증거 능력을 부인했습니다. 검찰이 영장에 기재된 압수 대상과 방법의 제한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1심 재판부는 1천500쪽이 넘어가는 판결문 말미에 위법수집 증거 목록을 별지로 붙였는데, 이 분량만 약 140페이지에 달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2심에 돌입하면서 2천300여건의 증거 목록을 새로 제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2천여건은 1심에서 증거 능력이 배제된 것과 동일한 자료를 다른 저장매체에서 추출한 것인데요. 검찰은 이번에 새로 제출한 자료는 적법한 증거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심 판결은 이르면 내년 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2심에서도 무죄가 나오면 검찰 측이, 판결이 뒤집혀 유죄가 나오면 이재용 회장 측이 상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법원에서의 결론은 2025년 말~2026년은 돼야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항소심에서 검찰이 강조하고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의 쟁점에 대해서도 잠깐 짚어주시죠.
[기자]
방금 말씀드린 대로 검찰은 이번 항소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층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약간 복잡할 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설명하겠습니다.
기소 당시 검찰은 피고인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리는 회계 처리를 한 것이 외부감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혐의가 있는데요. 하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전인 2015년 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4년도 재무제표를 공시하면서 회사에 불리한 내용을 숨겼다는 것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미국 기업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 계약을 맺으면서 바이오젠에 전체 지분의 50%-1주까지 에피스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 등을 부여했는데요.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러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다가 2015년 3월 들어서야 콜옵션의 존재 사실만 공시했다고 봤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미리 공개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를 사실상 단독 지배하는 것이 아님이 알려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나아가 그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2016년 초 공시한 2015년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에서 회사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의 회계 처리 방식을 부당하게 변경해 수익과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는 것입니다.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연결 대상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는데요. 2015년에는 상황이 바뀌어 지배력을 잃었다고 보고 회계처리를 지분법 회계로 변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조5천억원이 넘는 종속기업투자이익을 인식했고, 그만큼의 자산을 과대 계상했다는 주장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가치 상승으로 인해 자본잠식에 빠질 위기였는데, 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바꿈으로써 이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바이오젠과의 합작 계약에 따라 지배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지배력을 갖고 있다가 상실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변경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의 합작 계약 내용을 은폐하거나 공개 범위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봤습니다.
또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도 회계처리도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2014년에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하다가, 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국내외에서 판매 승인을 획득한 2015년부터 바이오젠이 에피스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이 실질적 가치를 갖게 돼 지배력이 변동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5년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를 지분법 회계로 변경한 것, 그러면서 4조5천억원의 수익과 자산을 인식한 것도 회계기준에 부합하는 회계처리라고 인정했습니다.
[앵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와 별개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는데, 그 판결이 오늘 나오기로 돼 있었죠.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이재용 회장 등이 피고인으로 있는 형사재판과 별도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2018년에 제기한 행정소송 1심의 결론이 조금 전 나왔습니다. 결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승리입니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앞에서 말씀드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문제 삼아 지난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과징금 부과 등 징계를 내렸는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약 6년 만인 오늘 오후 이 같은 금융당국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를 임의로 변경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이 부분이 이 회장 형사재판 1심과 다른 점인데요. 향후 이 회장의 2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앵커]
이번 재판이 유죄냐 무죄냐 여부도 물론 중요하겠습니다만,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 정당성과 연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고요.
[기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권 확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인데요.
해당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사로 떠올랐고,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지배력을 강화했습니다.
만약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법원에서 불법으로 결론이 난다면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에 대한 정당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반대로 1심 재판부의 판단처럼 해당 합병이 적법한 것으로 확정된다면 이재용 회장은 이러한 시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겠죠.
이번 재판 이전에도 이재용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뇌물공여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아 수감 생활을 했습니다. 그보다 훨씬 과거에는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배정 논란 등으로 그룹 승계와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기업금융부 김학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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