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최근에는 미국발 증시 폭락인 '블랙 먼데이'까지 겹치면서 금투세 시행 여부가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은 금투세 도입시 '퍼펙트 스톰' 우려하며 폐지를 주장한다. 정부는 금투세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반면 야당은 예정대로 시행, 폐지, 한도 조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인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얻는 수익에 매기는 세금이다.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경우 손익을 합산해 연간으로 5천만원을 초과한 투자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골자다. 당초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2년 유예를 선언하면서 2025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당시 정치권이 금투세 도입에 합의하고 법안까지 통과시켰으나, 시행을 앞두고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1천400만 개미투자자를 필두로 금투세를 주식시장의 새로운 세금 폭탄으로 인식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이런 와중에 나라 살림의 지표인 관리재정수지가 올 상반기에만 100조원 넘어서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가 올해 예산안에서 전망했던 연간 적자폭 91조6천억원보다 11조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하반기에도 세입이 늘어날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 나라 살림이 만성적자 구조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수입은 전년동기비 3천억원 감소한 296조원으로 집계됐다. 총지출은 전년동기비 20조3천억원 증가한 371조9천억원이었다. 총지출이 총수입을 웃돌면서 6월까지 통합재정수지가 7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3조4천억원 적자였다. 상반기 재정적자가 100조원을 넘은 건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상반기 110조5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돈을 쓸 곳은 늘어나는데 법인세 등 세수는 지지부진한 탓이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금투세를 비롯해 감세 논쟁만 지속하고 있다. 물론 슈퍼개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금투세가 달가울 리 없다. 그러나 공매도 자체가 주가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금투세 자체가 주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아직 시행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금투세가 무서워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질 것이란 주장도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
세금은 국가 재정을 지키는 핵심적인 재원이며, 궁극적으로 국민들 삶의 질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시대가 바뀌면 세제도 현실을 반영해서 고치는 게 맞다. 문제는 정치권과 당국에서 나오는 논의들은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는 것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4조원 이상 감세가 예상되는 상속세 개편이 추진되고 있고 종합부동산세와 금투세도 존폐를 두고도 논란이 뜨겁다. 재정 적자가 산더미처럼 늘어가는 데 또 세금을 깎을지만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특정 세목을 폐지하거나 줄이냐만을 논의할 게 아니라,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세제 전반을 살펴보고 필요한 재정과 비용을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한 감세나 현금 퍼주기를 지양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감안해 방만 재정을 막아주는 재정 준칙 법제화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도 소위 '부자 감세' 프레임에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마냥 감세 기조만 고집할 게 아니라 재정 기반을 확고히 할 보완책과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나라 곳간도 점점 비어가고 있다. (취재보도본부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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