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공급 우려에서 시작된 서울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정부의 대규모 공급대책 발표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대책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이 5년 11개월 내 최대 수준으로 오르는가 하면 실거래가 지수도 16개월 내 최대폭으로 뛰었다. 수도권 부동산 소비심리 역시 33개월 만에 상승국면으로 진입하는 등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공급 대책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양상인데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관리할 수요 대책인 '거시 건전성규제' 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시장이 주시하고 있다.
◇공급 대책 발표 뒤 오히려 거세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2% 상승하며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약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정부가 8월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대책)을 발표한 직후 나온 첫 지표였다. 이전까지 주간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은 0.30%에서 0.28%, 0.26%로 고점에서 후퇴하는 듯했으나 반전됐다.
월간 단위로 나오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역시 6월 1.80% 올라 작년 2월 1.98%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 1월 이후 6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시장 심리도 상승국면으로 전환했다.
국토연구원이 조사하는 부동산 소비심리에서 수도권은 33개월 만에 상승국면으로 진입했다. 서울 주택 매매시장을 중심으로 상승심리가 수도권 전체로 확산한 영향이다.
정부가 8·8 대책에서 비아파트 주택 수요를 꺾기 위해 서울에서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 무제한 매입을 선언하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까지 해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즉각적으로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지는 못한 셈이다.
                                
            
◇ 일부 전문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수요의 문제"
일부 전문가들은 공급대책만으로는 불이 붙기 시작한 매수 심리를 진정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에서 건설 애널리스트를 지낸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는 지난 15일 MB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지금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사실 수요의 문제"라며 대출 규제 등을 사용해 수요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8·8 대책 발표 당시 정부에서도 공급확대에 이은 수요 규제를 예고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시중 유동성과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는 "가계대출 전반에 대해서도 증가 속도와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은행 가계대출에 대한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와 함께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2일 9시 40분 송고한 '가계부채 억제 더 쎈 대책 나온다…'주담대 늘리면 추가 자본 적립'제하 기사 참고).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담대 증가를 견인해 온 것은 버팀목,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이라는 점에서 이것만으로 수요규제의 효과가 날 것인지는 의문이다.
연합인포맥스가 금융위원회의 월별 가계대출 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중은행의 주담대 축소에도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전세자금) 대출과 디딤돌(주택구입자금) 대출이 3조 후반에서 4조원까지 이어지며 은행 못지않게 전체 주담대 증가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그림설명: 금융위원회 월별 가계대출 동향에서 연합인포맥스 추출.
국토부는 주택기금의 정책대출은 서민·중산층이 필요로 하는 중저가 주택을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거시 건전성 대책에서도 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정책대출의 요건 변경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택기금 정책대출과 시중은행 대출금리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spnam@yna.co.kr
                남승표
spnam@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