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모습. 2024.8.19 xyz@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집을 살 때 첫 관문은 은행이다. 수억원에 이르는 집을 고스란히 현금을 주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 보니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한 번이라도 받아 본 사람이라면 타들어 가는 마음이 어떤지 안다. 잔금 납입 시점을 기준으로 보통 두 달 전에 주담대를 신청하는데, 신청 전후로 더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내가 필요한 만큼 자금을 빌릴 수는 있을지, 금리가 급격하게 변동돼 계획보다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가 마른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내 집을 장만한다는 기쁨은 온데간데없어진다.
최근처럼 집값이 뛰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각종 규제 대책이 논의되는 시점에 집 구매자들은 더 속이 타들어 간다. 온통 경제뉴스만 바라보게 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집값 변동과 금리 등락이 어떻게 되는지 시시각각 체크할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이 구매하는 재화 중 가장 비싼 게 집이다. 특히 구매 전후로 법적인 문제부터 세금 문제, 대출 여부 등까지 엮여 있다 보니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집 장만하다 신경이 쇠약해질 지경이다.
요즘 집 구매 계획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해 나오면서 은행들이 돈을 조이고 있어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시중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웬일인지 주담대 금리는 위로 솟구치고 있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경고에 은행들이 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이 한 달 사이에 주담대 금리를 올린 횟수만 20여 차례에 육박한다. 인터넷전문은행까지 포함하면 이미 20회를 넘어섰다. 일부 은행은 무려 1%포인트(p)나 올렸다.
대출 실행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담대로 5억원을 빌릴 예정인 차주 입장에서는 금리가 1%만 올라도 이자 부담이 월 40만원 넘게 늘어난다. 차주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다. 이미 주담대를 받은 차주도 마음이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금리를 비교해 더 낮은 금리의 주담대로 갈아타 금융 부담을 덜어주겠다면서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대환대출 플랫폼도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은행들이 갈아타기 금리마저 높이고 있어 실익이 없어지고 있다. 은행들의 금리 인하 경쟁이 금리 인상 경쟁으로 변질하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이미 산 뒤 더 싼 금리로 갈아타려는 사람들도 불만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금리를 올리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은행들은 "알면서 왜 그러느냐"고 한다. 가계부채가 우리 거시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 원리에 맞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재료(돈)를 싸게 조달했으면 음식(대출)값도 더 싸지는 게 맞다. 그런데 대단한 조리 기술이 가미된 것도 아닌데 음식값은 쭉쭉 오른다. 보통의 경우라면 소비자들은 그런 음식점을 보이콧한다. 그러나 다른 음식점도 마찬가지로 비싸게 판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한다. 집 장만을 위해 수없이 발품을 팔아 더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리려고 했던 차주의 계획은 모두 수포가 된다.
다음 달 1일부터 더 강력해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적용되면 가계부채 억제 효과가 단계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게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지난 수개월간 보인 난맥상에 대해선 분명한 반성이 필요하다. 가계부채 폭증 속에 정책대출을 쏟아내고 뜬금없이 DSR 2단계 적용 시점을 두 달 미루고, 금리 하락 시점에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대폭 올리는 것을 수수방관해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한 관치(官治)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향이 국민 피해로 연결돼선 안 된다. 은행의 이자 장사를 그렇게 비판하던 정부가 은행의 배를 불리는 데 일조했다면 실패한 관치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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