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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의 기업단상] 플랫폼 성공 방정식이 무너지다

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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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쿠팡이 돈을 불에 태우고 있다". 한국의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쿠팡이지만,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기 전까진 업계의 걱정이 많았다. 창업 이래 지속됐던 대규모 적자 탓이다.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매출 성장은 가팔랐지만, 적자 규모가 한때 연 1조원을 넘기도 했다. 쿠팡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불식한 계기는 3년여 전 뉴욕증시의 상장이었다. 시가총액 70조원대의 상장, 한때 140조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쿠팡은 곧 플랫폼의 성장 공식으로 인식됐다.한국의 많은 플랫폼 기업이 쿠팡을 추앙했다. 이익보다는 외형 확대를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이 만연했다. 적자가 쌓여도 외부에서 끌어온 자금으로 일단 막으면 된다고 봤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 적자 경영은 크게 문제가 안 되는 시절이기도 했다. 저금리 시대에 사업 모델만 좋으면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뙤약볕에 우산 쓰고 기다리는 티몬 피해자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는 무분별한 외형 확대와 장기간 적자 경영은 어느 한순간 플랫폼 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걸 똑똑히 보여준 사례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이커머스의 특성상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플랫폼 기업의 오랜 성공 방정식이 흔들리는 결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티메프 사태는 큐텐그룹의 창업자이자 티몬과 위메프의 주인 격인 구영배 대표의 과욕이 낳은 참극이나 다름 없다. 구 대표는 2000년대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려왔던 인물이다. 구 대표는 지마켓을 키워 2006년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뒤 2009년 미국 이베이에 매각했다. 2010년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세워 동남아 시장에서 입지를 쌓다가 2022년 다시 한국시장에 진출한다. 티몬을 인수하면서다. 이듬해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까지 인수하며 한국에서 사세를 확장했다.

문제는 이커머스 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 과거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려던 데 있다. 충분한 자금 확보 없이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했고, 여유 자금이 없다보니 고객 돈으로 돌려막기를 한 셈이 됐다. 순간 돈줄이 막히는 상황이 오자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불가피했다. 티메프는 결국 공중분해 될 위기에 놓였다. 어찌 보면 구 대표가 쿠팡을 롤모델로 삼아 뉴욕증시 상장을 목표로 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고 본다. 내실을 갖추기에 앞서 외형 확대에만 치중하면서 빚어진 참극이란 얘기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출혈 경쟁 등으로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이커머스 시장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출처:연합뉴스]

티메프 사태의 후폭풍은 이커머스 플랫폼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환불과 반품에 나서다 보니 이커머스 업계 곳곳에서 유동성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가구·가전 제품 쇼핑몰 알렛츠의 영업 종료 공지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플랫폼과 소비자 만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에 입점한 기업과 자영업자 등 판매업자에도 위험이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자칫 중소상인의 연쇄 도산에 이어 일자리 감소 등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티메프 사태와 그 후폭풍에 따른 정확한 피해 상황에 대한 집계나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인데도 정책당국은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무 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는 회의 소집 자체가 안 되고 있다. 플랫폼 부실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데도 방치하는 건 당국의 직무유기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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