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수도권 중심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통화 완화가 자칫 부동산 시장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인 탓이다.
수출을 포함한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 상황은 아직 나쁘지 않다는 점도 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와 가계대출 억제 등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을 연달아 내놓는 만큼, 정책 효과를 확인하고 통화정책의 변경 시점을 정하자는 게 금통위의 의중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은은 22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월 금리를 3.5%로 올린 이후 약 1년 7개월간 13번 회의 연속 동결이다. 이번 금리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결정됐다.
◇불붙은 부동산 시장…초반 진압이 '급선무'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결과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6일 국내외 금융기관 19곳을 대상으로 기준금리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16곳(84%)이 동결을 예상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문제가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은 만큼 한은이 당장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정부의 공급 확대 대책 등에도 집값의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등 부동산 상황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
한은이 조사하는 주택가격전망CSI가 8월에도 118로 전달보다 더 올라서는 등 집값 상승 기대는 과열 국면을 지속하는 중이다.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 이후인 8월12일 주간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32% 오르며 약 6년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DSR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히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리 인하 혹은 인하 신호가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더욱 부채질할 위험이 큰 시점이다.
통화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는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한은이 선뜻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은 아직 형성되지 못한 셈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유동성 투입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가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수 부진에 대응이 필요하다지만 이미 시장의 금리가 기준금리 2~3차례 인하를 반영한 수준까지 내린 만큼 기준금리 인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일선 경제 주체가 체감할 정도로 시장 금리가 실효성 있게 더 내리기는 어려운 탓이다. 금리 인하의 효용보다는 위험이 더 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정책 효과 대기…긴축 필요성은 줄어
이번 달 금리 동결은 예상된 결과인 만큼 시장의 관심은 10월 등 예상대로 향후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요인들은 중립 수준 이상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
물가가 2%대에서 안정적인 하향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5월의 2.6%에서 2.5% 낮추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 더 커졌다"고 자신했다.
이 총재는 물가 등 금융안정 이외 상황만 볼 경우 금리 인하 여건이 됐다는 평가도 했다. 향후 3개월 시계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 위원도 4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외환시장 상황도 달러-원 환율이 1,330원 내외로 하락하는 등 이전보다 큰 폭 떨어졌다.
반면 소매판매가 분기별로 보면 9개 분기 연속 전년동기 대비 감소하는 등 내수의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이는 1995년 관련 지표 작성 이후 최장기간 연속 감소다. 올해 2분기에는 전년동기비 2.9% 줄었다. 물가는 안정됐지만, 고금리 상황도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낮추면서 "국내경제는 수출 호조가 이어졌지만 소비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면서 부문 간 차별화는 지속했다"고 내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은은 다만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도 점차 회복되면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연준이 9월 금리 인하가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최근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미국의 경기가 둔화를 넘어 침체할 수 있다는 부상하기도 했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 완화로 선회하고 있는 만큼 한은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시장 금리는 이미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2~3회 정도 반영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은도 통방문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했던 데서 이번에는 '충분히'를 삭제하는 등 이전보다 한 발 더 비둘기파적 성향을 보였다.
향후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할 관건은 역시나 부동산 시장 동향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과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차츰 효과를 내면서 부동산 시장이 진정된다면 한은도 4분기 인하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부동산 과열이 지속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은이 '부동산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영역이 아니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글로벌 여건을 추종할 것인지, 아니면 가계부채 억제에 계속해서 방점을 찍으면서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인지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내몰릴 수 있다.
이 총재는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에는 "10월뿐만 아니라 11월도 포함된다"면서 입수되는 데이터와 정부와의 정책조합을 통해 금리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8.22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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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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