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칭해 리딩방 개설 후 투자 권유…VC "상품 알선 안해 주의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당사는 어떠한 형태로도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상담 또는 정보 제공 채널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투자 권유 등의 행위를 일체 하지 않고 있다. 상호를 도용하거나 임직원을 사칭하는 등의 범죄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거의 모든 벤처캐피탈(VC)의 홈페이지 메인에는 이런 '임직원을 사칭한 투자사기 예방 안내문' 팝업이 띄워져 있다. VC나 VC 임직원을 사칭해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이 홈페이지에 올린 '투자권유 사칭 주의 안내' 팝업
VC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벤처투자회사다.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금융상품 정보나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반인에게 직접 투자 상품을 소개하거나 알선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인 소비자들이 카카오톡·텔레그램 리딩방을 통한 투자 사기 행위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홈페이지 메인에 투자사기 예방 안내문 팝업이 띄워진 VC 가운데 6곳을 취재했다. 결론적으로 6곳 모두 임직원 사칭 피해를 당하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투자사기 행각을 벌이는 일당의 수법은 유사했다.
일단 VC 사칭 투자사기 일당은 VC 홈페이지에 올라온 임직원 정보를 사칭에 활용한다. VC 홈페이지에는 대부분 심사역의 정보가 상세하게 소개돼 있기 때문이다. 학력과 주요 경력, 주요 투자 이력까지 기술돼 있다. 당연히 사진도 올라와 있다.
투자사기 일당은 이런 정보를 활용해 VC를 사칭한다. 카카오톡·텔레그램 리딩방을 개설해 VC 임직원인 것처럼 프로필 사진을 꾸민 이후, 자신이 VC 임직원이라고 소개한다. VC 홈페이지에 나온 심사역 정보를 그대로 도용해 투자 상품을 소개하거나 권유하는 방식이다.
A 벤처캐피탈 임원은 "최근 VC 사칭 투자 사기 피해를 본 분이 회사로 찾아왔다"며 "김 모 심사역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김 모 심사역을 사칭한 투자 권유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 일당은 VC 임직원 사진이나 프로필을 도용해 명함이나 주민등록증, 사업자등록증까지 위조했다"며 "자신들이 상장 전 공모주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시장가보다 할인해서 판매할 테니 투자하라는 식으로 사기 행위를 벌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A 벤처캐피탈은 이런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현재 VC 사칭 투자 사기 일당에 대해 명의 도용·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황이다.
B 벤처캐피탈 임직원은 "VC 사칭 투자사기 일당이 개설하는 리딩방에는 약 20~30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20~30명 가운데 일부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공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VC의 임직원 정보를 모은 후 새로운 운용사나 자문사를 만들었다고 속이는 방식도 등장했다. X와 Y, Z라는 VC의 임직원이 모여 W라는 신생 운용사·자문사를 설립했다고 사칭하는 방식이다. 이 또한 명의 도용·사칭인 만큼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VC를 사칭한 사기는 투자 전 확인만으로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한 벤처캐피탈은 홈페이지 팝업 창에 VC 직원을 사칭한 업체나 개인으로부터 투자 권유가 있을 경우 반드시 전화해 진위를 확인해 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C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정식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투자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카카오톡·텔레그램 등을 통해 VC 구주 투자·공모주 투자 등의 권유가 오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VC는 절대 일반 금융 소비자에게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다. VC를 사칭한 투자 사기를 입더라도 해당 VC 입장에선 대응할 방법이 없다. 투자자의 부주의로 인한 피해라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 개인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이런 투자 피해를 예방하려는 조처를 해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VC 사칭 투자 사기로 인해 벤처생태계 마중물 역할을 하는 VC에 대한 인식까지 악화할까 우려된다.
ybyang@yna.co.kr
양용비
ybyang@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