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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의 조곤조곤] '미운털' 박힌 금융지주

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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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1월 금융인 100명이 모인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배구조 이야기를 꺼냈다.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해야 한다는 다분히 교과서적인 말이었지만, 현장에 있었던 금융지주 회장들은 꽤 뒷맛이 씁쓸했다. 그렇게 4시간가량 진행된 토론이 끝나고 모두가 함께 불편한 저녁을 먹었다.

이후 주요 시중은행 금융지주 회장의 절반이 교체됐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자 우리나라 금융지주 회장은 모두 '범 호남권'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철 지난 지역감정이나 편협한 편 가르기로 치부해 버리기엔 뼈가 있었다. 누군가는 호남권 일색의 회장 구도를 꽤 불편해한다고 전했다. 그래서 지배구조 개선의 해답은 지역 안배라며 웃었다.

은행 금융지주를 향한 불편한 말들은 계속됐다. 고금리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은 '은행의 종노릇'에 비유됐고, 은행 산업의 과점 구조는 경쟁 없이 예대마진 시장에서 쉽게 돈 버는 낙후된 시스템이란 주장도 나왔다. 정치권에선 은행의 이자 장사에 부담금을 부과해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도 거론했다. 눈치 보기 급급했던 은행 금융지주들은 상생금융이란 이름으로 너도나도 돈을 풀고 금리를 낮췄지만 매질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지나친 관치(官治)라는 비판에는 '은행은 공공재'라는 답이 돌아왔다. 공공재를 향한 정부의 관심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은 민간 은행도 손실이 발생하면 재정이 투입되니 완전 사기업과는 구별되는 일정 부분의 공공재라고 했다. 영국이 중앙은행을 통해 은행을 구제하기 시작하면서 은행은 '불사'의 몸이 됐으니 일각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은행의 특수성은 구제금융에서 시작됐다. 그러니 정부는 은행을 공공재로 여길 법도 하다.

최근 우리금융이 그렇게 마뜩잖은 은행 금융지주를 혼내주는 트리거가 되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의 부당 대출, 그것도 전직 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됐을지 모르는 다신 없을 사고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한 공영방송이 검사 출신의 금융감독원장에게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처벌 가능성을 꼬집어 물었다. 연일 치솟는 고금리, 대출 절벽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전직 은행 경영진이 연루된 부당 대출은 뜨거운 뉴스거리다. 하지만 방송사가 개별 민간은행의, 그것도 개인의 제재 가능성을 따져 묻는 일은 흔치 않다. 그 물음에 이복현 원장은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하겠다고 답했다. 몇 시간 뒤 금감원은 준비된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그동안 우리은행의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부당대출에 대한 고의적인 은폐 시도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틀 뒤 검찰은 우리은행을 압수수색했다. 수가 정해진 바둑판이었다.

그러나 과거 금융당국이 금융지주를 공격했을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전직 경영진의 잘못을 현직에도 따지겠다는 논리에 예전 같으면 관치라 비판했을 목소리도 크게 나오지 않는다. 회장과 은행장은 수사 결과의 조치를 겸허히 따르겠다고 한다. 한일과 상업, 오래된 편 가르기식 문화에서 비롯된 부작용이 부당대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부터, 이번 사태가 누구를 타깃으로 했는지를 두고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여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압수수색 이튿날 우리금융은 예정대로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강행했다. 보험사 인수합병(M&A)은 그룹의 성장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이고 임기 반환점을 돈 임종룡 회장에게도 꼭 필요한 '트로피 딜'이다.

다들 금융당국의 의지에 달렸다고 한다. 우리금융은 징계를 피할 수 없겠지만, 10년 전 KB금융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했듯이 금융지주 특례조항을 적용하면 이번 인수를 허락할 해석의 여지는 충분하다. 오로지 은행에만 기대온 우리금융의 성장동력을 위한 구조개선지원이 최우선 논리다. 다만 예상치 못한 검찰의 등장에 금융당국이 느끼는 부담은 10년 전과는 또 다른 모양새다.

모두가 우리금융을 주목하고 있다. 보험 M&A에 성공할 수 있을지, 검찰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어느 것도 확실치 않다. 다음 보험사 인수를 염두에 둔 금융지주들도, 자리를 엿보는 금융권 안팎의 인사들도 이번 '판'을 해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비단 우리금융만의 일은 아니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받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jeong@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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