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외 자산시장도 금리 인하의 훈풍을 기대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유동성이 풀리는 만큼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유동성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기조전환)'을 앞두고 미국의 다우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고, 국내에서 수도권 집값이 요동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면 투자나 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실물경제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자산시장에 마냥 우호적일지는 미지수다. 금리 인하는 자산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경제 펀더멘털이 그만큼 나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미국 고용시장이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내수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경기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의 방증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부진의 이면이란 점에서 실제 금리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오히려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도 있다. 지난 8월 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했던 '블랙 먼데이'도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기대보다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공포감에서 촉발됐다.
금융 완화의 기대감이 시장금리에 선반영된 점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연 5.50% 수준인데,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벌써 연 3.80%까지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국고채 금리도 모든 만기 영역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3.50%를 하회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해도 시장금리 낙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고, 자산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코스피지수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렸던 시기에 코스피지수는 상승한 경우보다 하락한 경우가 더 많았다. 금융시장에서 금리 인하에 목을 매고 있지만, 금리 인하와 자산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주가가 상승한 것은 기준금리 인하기조가 끝나는 시점에서 현실화한 사례가 많다. 자산시장이 유동성 효과를 누리려면 경제주체들 사이에 금리가 충분히 낮아졌다는 공감대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는 일방적인 자산가격 상승이 아니라 투자환경의 변화로 해석하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동성만으로 자산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맞물려 각국 통화가치에 변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는 서학개미들도 해외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지만, 달러-원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유동성을 더하는 조치다. 물론 유동성의 힘은 강하다. 자산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실물경제가 뒷받침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유동성만으로 한계가 있다. 흔히들 판돈이 커지면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하는 착각이다. (취재보도본부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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